바다가 어린이집에 다닌다

by A록


바다가 어린이집에 다닌다

바다는 세 살 때 잠깐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그런데 이제 여섯 살이 된 바다가 얼마 전,

“엄마, 나 이제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불쑥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면서도

이제 정말 때가 되었나 싶어 남편과 의논하여

가까운 어린이집에 대기 신청을 했다.

어차피 기다려야 할 테니 차분히 생각하자 했는데

맙소사! 바로 등원이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바다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젠 내가 바다를 보낼 수 있을까?’

걱정하며 첫날 등원을 했는데

바다는 가자마자 친구들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고

나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집으로 혼자 돌아왔다.


그렇게 첫날 어린이 집에서 돌아온 바다는

"엄마, 되게 되게 재미있어. 매일매일 갈 거야."

라고 했고 둘째 날 돌아와서는

"엄마, 이렇게 재미있는 곳일 줄 몰랐어. 대단해!"

라고 했다.


자유 의지로

어린이집을 즐기고 있는 바다를 보면서

역시, 기다려주길 잘했다고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삼일째 되는 날부터 바다가

“어린이집 안 갈래... 재미없어...”

라며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등원을 안 하려고 늦게 일어나고

내 소원은 어린이집에 안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어린이집에 안 다니면 안 되냐고 계속 물어봤다.


심지어 하루는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신발을 벗고 몇 발자국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더니

“어린이집 정말 재미없어! 안 갈 거야!”

하고 소리치며 신발을 신고 뛰어 나가 버렸다.


일주일 정도 대화를 해본 결과

어린이 집이 재미가 없는 이유는

지켜야 하는 규칙들이 많아서 힘들고

자기랑 놀아주는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속상하고

퀴즈나 게임을 잘 몰라서 지는 것이

눈물이 날 정도로 싫은 것이었다.


보내지 말까.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하나.

지금부터 꼭 이런 것들을 적응해내고

이겨내야 할 필요가 있나.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와 떨어지는 것은

이제 바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도 다행히

바다와 떨어질 용기가 어느 정도 생겼고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를 집중적으로 해서

빨리 낫기 위해서라도

바다를 보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매일 바다를 설득했고

조금씩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요즘도 바다는 잠들기 전이나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갔다 와서는

어린이집에서 그린 그림이나 만든 것을

자랑하며 보여주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어떤 칭찬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바쁘다.


더 씩씩하고 활발해진 몸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동네 아이들과, 어린이집 친구와 어울려 논다.


하루는 어린이집 옷을 입고

앞에서 걸어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한 시기를 넘어왔구나...’


바다와 하루 종일 살을 비비며 보낸 5년.

그 아이를 바깥세상에 내놓으며

불안, 긴장, 걱정이 계속 오르락내리락했는데

한 시기를 넘었다고 생각하니

안도감, 뿌듯함, 고마움, 만족감이 훅 올라왔다.


이렇게 바다와 내가 같이 크고 있다.


내일은 아무래도 바다와 나를 위한

어린이집 등원 한 달 기념 파티를

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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