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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연솔 Feb 17. 2022

불행 관성의 법칙

음의 궤적을 돌고 있는 너에게


현상유지와 익숙함을 따르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누구도 깰 수 없는 견고한 우주를 만들어 준다. 별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려는 로켓은 하루가 시작되면 태양을 따라 도는 지구처럼 노선을 바꿔서 결국 언제나 달렸던 궤적을 따라간다. 마음의 고요한 안정과 안정이 주는 묘한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정도 늘 같은 궤적을 따라가는 법칙이 있다. 그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음의 감정에 대한 궤적이다. 행복은 항상 알게 모르게 스리슬쩍 다가와서 온 세상을 물들이지만, 불행은 폭풍처럼 뒤엉키듯 다가와 첫걸음부터 모든 것을 잠식시켜 버린다. 가는 걸음걸음마다 무너트리고 뒤흔들어 정신을 쏙 빼놓은 뒤 우산도 없는 거리에 홀로 버려두고 도망가 버리는 것이다. 끔찍하게도 불행은 비가 그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폭우를 맞은 뒤 젖어버린 옷이 말라갈 때까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햇빛 한 줌 없는 하늘 아래서 우중충한 비구름을 견디며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비를 경계하며 옷을 말려야만 하는 일이다.


음의 감정은 벗어나려 하지 않으면 더욱더 빠르게 궤적을 따라 돌아간다. 끝도 없이 계속 아래로 하강한다. 낮은 고도의 비행은 장애물도 없어 운전이 쉽다. 이따금씩 쏟아지는 졸음에 눈을 비벼주면 그뿐이다. 확실하게 찾아와서 착실하게 망가트리는 . 벗어나려 애써보려는 생각은 애틋하지만  무게가 감정보다는 가벼워서 자꾸만 위로 올라가버린다. 우리가 불행을 예측할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 불확실성은 스스로를 무책임한 인간이라고 질타하게 만들지만, 애초에 완벽한 방어로 이길  있는 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불행은 빚처럼 탕감할  있는 그런 종류의 것도 아니다. 벌어진 이후의 문제에 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빠져나오느냐 그것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다.


'신은 왜 다 알고 계시면서 그렇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신에게 한 가지 질문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물어보겠냐는 물음에 누군가는 이렇게 답했다. 살다 보면 일어나지 않았어도 됐을 것 같은 일들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본다 한 들 도저히 이해도 납득도 안 되는 일들. 그리고 대게 그런 시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픔은 사람을 반드시 성숙하게 만드는 요인은 아니다. 성숙할 사람은 어떤 방향으로든 성숙하기 마련이다. 아픔과 성장은 별개이다. 아픔은 아픔일 뿐. 그냥 그 자리에 보기 싫게 남아있을 뿐이다. 다만, 인간은 그 이후에 성장한다. 극복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공감하고, 위로받고, 다짐해내고, 감정들을 재배치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나가는 그 순간이 중요하다.


이제 벌써 작년이 되었지만 친구가 준 포춘 쿠키 속 쪽지가 불현듯 생각이 난다. 모두들 좋은 말만 쓰여있다고 웃고 있을 때 하마터면 산통을 깨고 펑펑 울 뻔했던 그 쪽지. 혼자서 눈물을 훔치고 아직도 핸드폰 케이스 뒤에 소중히 넣어놓고 다니는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너는 사랑받을 사람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사람이다'


아주 어릴 때 나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은류의 노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으니까.


지금의 나는 사랑받고 싶어진 걸까.

나는 나에게 사랑받고 싶다. 기왕이면 있는 그대로. 별 하나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낮은 고도로 비행할 때도. 햇살 밝은 곳에서만 사랑의 고백을 속삭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끝처럼 어둡고 홀로 있을 때도 계속 가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숨 막히는 비밀들을 말하지 못해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안고 홀로 밤을 달리는 동안에도 언제나 넌 너라고. 달라지는 건 없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해주고 싶다. 타성에 젖어 불행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 오더라도 다시금 새로운 관성을 찾아낼 힘을 믿으라고. 음의 궤적을 따라 도는 이 여정은 끝도 없는 습관이 아니라 찰나 같은 악몽 같아서 계속 반복되더라도 다시 눈을 뜨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악몽 같은 순간에도 새로운 글을 이렇게 써내려 갈 수 있는 것이다. '아픔이 우리를 뒤흔들지라도 여전히 우리는 우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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