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운전을 가르치면 생기는 일

운전 교습은 전문가에게

by 칼과나

부부는 남이다. 그런데 종종 그 사실을 잊는다. 나도 한때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해서 서로 힘들었다. ‘내가 지금 남편의 입장이라면 그러지 않을텐데.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고 생각했다. 올해로 결혼한지 17년이 지났는데 가장 오랫동안 잘못 생각하고 지냈던 부분이다.


남편은 나에게 ‘왜 너는 나에게만 인색하냐’고 물었다. ‘내가 남편에게만 인색한가?’ 나에게 되물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나는 나에게 인색했다. 그리고 남편은 곧 나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그것을 의식하고 난 후에는 서로 조심하는 편이다. 뭘 모를 때는 가깝고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나는 말을 다 뱉고 살았는데 부부 사이라도 돌아서면 남이고 가정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려면 가족들이 서로에게 가장 말을 조심해서 가려가며 해야한다는 걸 알겠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깨달음일 뿐 남편은 아직 그 단계에 오지 못한 것 같다. 운전대를 잡은 건 나니까 내가 하는 걸 존중해주고 내가 잘 모르거나 잘 못하는 게 있으면 친절하게 알려주는 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운전선생의 면모였는데 남편은 이 상황에서 자신이 나의 두뇌고 운전하는 나의 팔다리는 자기 손발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잘 하는 건 당연하고 못하는 건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아 끝내 핀잔을 주고야 넘어갔다.


조금이라도 자기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면 하나하나 입을 댔다.

조수석에 앉아는 봤어도 그건 운전을 잘 하는 다른 사람의 차를 탔을 때뿐일 테니 조수석에서 차선이 어떻게 보이는지 의식해본 적은 없을 터였다. 막상 운전을 잘 못하는 아내 옆에 앉아서 조수석에서 보이는 차선의 위치를 보니 영 이상했던지 경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차를 너무 오른쪽 차선에 붙여서 몬다고 잔소리를 했다.


한두번은 그런가보다 하는데 운전을 하면 할수록 실익은 없고 나를 화나게 하는데만 쓰이는 말이었다.

우리 차에는 차선을 인식해서 운전중에 라인을 밟으면 핸들이 부르르 떨리면서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차선을 밟았다는 신호가 안 오는데 오른쪽 차선 밟고 간다고 계속 잔소리를 하고, 근데 또 운전석 쪽 라인 밟은 건 자기 기준에 안 거슬리니 아무 말 안 하고 넘어갔다.


차선을 밟고 가는 게 위험하면 왼쪽 차선을 밟으나 오른쪽 차선을 밟으나 위험하긴 마찬가지인데 본인에게 보이는 쪽에만 민감하게 구는 것은 편파적인 시각이라고 했더니 오른쪽 차선에는 차가 오기 때문에 왼쪽 차선을 밟아서 중앙분리대를 나 혼자 긁는 것보다 더 위험한 거라고 한다. 내가 2차선에 있을 때는 왼쪽 차선 쪽도 다른 차 긁는 건데? 라고 말대꾸 했더니 한숨을 내쉰다.


‘아, 내리라고 하고 싶다.’


차를 옆구리에 끼고 서울까지 걸어가더라도 어떻게든 집에 들어갈 테니 그 입 좀 다물고 있으라고 버럭했다.

그 후에도 내 일거수 일투족을 자기가 움직이듯 움직여야 한다는 기준으로 보고 잔소리를 하는 건 그치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너무 급하게 밟아서 사람 불안하게 만든다고 화내고, 그 말을 듣고 울컥거리지 않게 밟느라 신경 쓰면 브레이크를 늦게 밟아서 차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서 사람 불안하게 만든다고 혼내고.


언제는 1차선은 추월차선이니까 너무 오래 머물지 말라고 하더니 언제는 1차선으로 쭉 가라고 하고, 언제는 1차선 뒤에서 바짝 따라오는 차에게 자리 비켜주래서 오른쪽 차선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추월차선에 따라오던 뒤차가 나한테 바짝 붙어서 2차선으로 추월하길래 ‘아유 놀래라’ 했더니 위험하게 운전한다고 난리. 어쩌란 말이냐 진짜.


남들도 다 추월차선으로 달리는데 나보고는 왜 자꾸 추월차선에서 빨리 나가라고 닦달인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추월차선에 감히 들어가면 안 되는 불가촉천민이라도 된다는 건가. 2차선으로 나가려고 해도 추월해서 들어갈 위치에 있는 내 앞차가 화물차이거나 너무 느리면 곧 다시 추월을 해야하니 조금 더 달리고, 차간 간격이 가까워서 추월하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조금 더 달리다보면 어김없이 잔소리가 쏟아졌다.


가장 심할 때는 주차할 때다. 주차를 시작하려고 후진을 하는 순간부터 ‘그렇게 하면 안되지’가 튀어나왔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움직이면 바로 비난을 발사하는 버튼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어떻게 후진하는 궤도 하나하나까지 니 마음에 쏙 들게 하겠니, 가뜩이나 초보운전인데.


‘아니 시작하자마자 그러면 어쩌라는 거야?’


노려보자


‘그래 계속 해봐’


귀찮다는 듯 손짓한다.


요즘은 후방 카메라가 뒤쪽의 영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후진할 때 내 차의 궤적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어찌저찌 주차를 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래서 이제는 주차를 할 때가 오면 자연스럽게 남편을 조수석에서 내보낸다.


‘당신이 내려서 좀 봐줘.’


아직도 남편은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동안은 잘 못한 것만 지적하고 비난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은, 내가 당신 보고 된장찌개 끓이라고 하고는 두부 써는 법, 버섯 써는 법, 냉장고 문 여는 각도까지 지적하는 거랑 똑같아. 작작 좀 해.’


‘그게 어떻게 같냐? 된장찌개는 잘 못 끓여도 큰 일 안 나지만 운전은 잘못하면 사고가 나는데. 내가 지금 사고 안 나게 하려는 거잖아.’


‘아니거든요. 당신이 그렇게 잔소리를 하면 내가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사고 확률이 높아지는 거거든요. 운전하는데 옆에서 고함지르면 나한테 일어날 사고를 막아줄 수 있다는 생각은 무슨 파 샤머니즘입니까?’


다만 차에서 내리고 나면 정신이 돌아오는지 주차가 많이 늘었다느니, 운전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이미 기분은 상할 대로 상해버려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칭찬하고 먹이 주면서 고래를 춤추게 하는 조련사 선생님의 노하우를 가진 운전선생님 도입이 시급하다. 독학으로 일취월장하여 운전독립을 하는게 더 빠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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