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운전독립을 못했다. 한 번도 혼자서 운전을 해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미우나 고우나 아직은 그분을 옆에 앉혀놓아야 운전대에 앉을 수가 있다.
혼자 운전을 하려면 두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첫째,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실제 길을 탈 수 있어야 하고 둘째, 차를 어디다 잘 주차하고 빼낼 수 있어야 한다.
첫번째부터 문제다. 나는 내비게이션에서 보여주는 지도를 실제 내 눈 앞에 펼쳐진 도로에 대입하는 게 어렵다. 특히 여러 갈래로 촘촘히 나뉜 길 중 하나를 정확하게 타야 내가 가야할 방면의 고속도로로 들어설 수 있다거나 급격한 커브를 그리는 길을 따라 돌았는데 돌고보니 내비게이션의 지도가 차와 함께 돌면서 지도의 각도가 바뀌어서 순간적으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안 될 때 패닉이 온다.
길을 잘못 들었더라도 다시 돌아나오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일 수는 없다. 달리 초보운전이겠는가. 한번은 내비게이션이 보여주는 여러 개의 갈림길 중 내가 들어서야 할 길로 가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섰는데 길이 이어진대로 돌다보니 화면에 나오는 저 우회전이 방금 내가 한 우회전인지 다음에 내가 해야할 우회전인지 몰라서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내비게이션이 다시 내 차의 위치를 찾을 때까지 우주의 미아가 된 듯 낭패감을 느꼈다.
내비야, 어서 날 찾아!
또 한 번은 그렇게 길을 잘못 들었다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만한 좁은 시멘트 도로의 살벌한 커브를 지나야 저 건너편 길다운 길로 이어질 때가 있었다. 그 시멘트 도로 양 옆은 자칫 잘못하면 처박히기 딱 좋은 높이로 논이 입을 벌린 듯 버티고 있었고. 운전석에 앉은 나에게는 반대쪽 바퀴는 낭떠러지에 떨어졌는지 도로 위에 잘 얹혀있는지 확인이 안되고 일단 지나 가봐야 제대로 가는지 아니지 알 수 있던 그 때. 후진을 해도 우회할 도로가 없고 마음 같아서는 차력쇼라도 해서 차를 들고 그 길을 모면했으면 싶었다. 이런 일이 내가 사는 서울에서 일어날 일이 별로 없다는 걸 아는데도 원래 걱정이 많은 위인이라 ‘뭐 별 일이야 있겠어?’하며 첫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두번쨰는 더 큰 문제다. 어딘가에 차를 끌고 갔으면 차를 대어 놓아야 내가 차와 떨어져서 일을 볼 수 있는데, 주차를 시도해보다 안 되면 당신이 좀 해줘,하며 운전대를 맡길 사람이 없이는 차를 몰고 나갈 수가 없다. 차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을 때는 덥거나 추운 날 뚜벅뚜벅 걸어 지하철역까지 가는 것에 비할 수 없이 편하지만 막상 목적지에 왔을 때 또 무엇보다 큰 짐이 되어버리는 것이 차다.
주차를 하기 위한 긴 줄을 알아보고 꽁무니에 붙어 들어가는 것, 다른 차들이 줄줄이 내가 차를 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한 두 번 만에 주차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주차하는 것도 힘들고,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 주차앱에서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의 자리를 결제하고 그 앱에서 알려주는 대로 찾아가서 1자주차를 하는 것도 힘들다. 남편이 원래 목적지에서 먼 곳에 차를 힘들게 대고 나타날 때면 남편 없이 도심에 혼자 차를 끌고 나와서는 안되겠다는 결심만 굳어진다.
운전을 충청 이남, 자율주행 AI라도 문제없이 달릴만한 뻥뚫린 고속도로에서만 주로 하다보니 운전 경력에 비해 속도는 많이 내봤고 속도가 많이 나다보니 핸들을 조금만 틀어도 금새 차선을 넘나드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운전을 하다가 고개를 돌리면 핸들도 같이 돌아가는 경향이 있어서 눈알만 굴려서 리어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번갈아 확인하며 운전을 한다.
그러자니 시야에 가림막을 쳐놓은 경주마처럼 시야가 좁아서 내비게이션의 널찍한 화면의 오른쪽 끝까지 다 보는 것마저 부담스럽다. 큰 지도를 다 확인하면 좀 나은데 결국 내 시야가 안전하게 닿을 수 있는 곳은 왼쪽 상단 모서리의 ‘80m 앞 우회전’ 같은 글자가 표시된 영역 뿐이다.
남편은 매번 내가 그 글자만 보고 다급한 목소리로 ‘어디야, 80미터 앞 우회전이 이거야, 아니면 더 가서 저기 보이는 거야?’하고 물으면 지도를 보라며 답답해했다.
마지막은 아직 혼자서 주유를 해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운전을 할 때도 주유소에 들어가면 남편이 내려서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했다. 가끔 보이는 경유차에 휘발유, 휘발유 차에 경유를 주유한 에피소드도 괜시리 주유 독립을 두렵게 만든다. 기름 넣기 딱 좋은 자리에 서는 것부터 키오스크에서 주유를 하는 모든 과정도 걱정쟁이의 걱정리스트에 올라와 얹힌다. 혼자 나왔을 때 기름은 떨어져가는데 주유소는 못 찾고 마침내 차가 길 한가운데서 서는 그런 상상, 나만 하는 거 아니잖아요.
미션 임파서블 같은 영화를 보면 눈에 렌즈를 끼고 보면 눈에 보이는 사람의 얼굴을 안면 인식으로 알아보고 이름과 지위를 알려주는 기술이 나온다. 그것처럼 내가 보고 있는 도로에 바로 지도를 덧씌워서 보여주는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부서에서 열심히 그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계시리라 믿슈미댜. 불신지오오오옥~
후진하면 내 차가 갈 궤도를 선으로 나타내주는 기능은 나처럼 감이 없는 운전자에게 매우 요긴하지만 카메라에만 의지하지 말라는 말이 항상 가시처럼 턱 걸려서 불안하다. 카메라만 믿으면 되는 그런 기술도 세트로 기다려 본다. 그것만 되면 주유 독립은 알아서 극복해 보련다.
가만 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가 어디라고요? 미리 주식을 좀 사둬야겠다. 그 기술을 필요로하는, 자라나는 미래의 초보운전 동지들이 아직 많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