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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 Mar 27. 2022

마파의 마지막 밤

눈에 담아 가고 싶은 마파의 풍경들

낯선 마파에 낯익은 우리네 골목이

저드는 18세의 나이에 자원입대를 하는데, 1946 6 부터 1947 11월까지 한국에서 복무한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 , 일의 철학이 관심이 많았다.  블럭의 도서관의 책장엔 한국 관련 도서 섹션도 있다. 7-80년대 것으로 보이는 한국 민속촌의 팜플랫이 놓여져 있어서 반가웠다.


인공 갤러리의 전시 이듬해인 1992 가을 저드는 한국을 다시 방문한다. 전시를 담당했던 갤러리스트 황현욱과 안동을 찾는다. 호텔대신 민가에 머무르며 우리네 밥상을 받고 병산서원에도 들렸다. 주먹만한 금속 장식이 달린 벨트를  텍사스의 농장 주인같은 백인 사내가 만대루에서 낙동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하면 낯선데 정겹다. 마파 다운타운의 거리에 벽돌벽과 앙상한 나무가지의 실루엣을 보면서 늦가을의 안동을 떠올리는  억지일까?



노을지는 더 블럭

마파가 예쁘지 않은 순간은 없지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꼽으라면 아련한 오렌지와 하늘색 저녁 노을이 질 무렵이다.

치나티 순례로 지칠 때로 지쳤지만 마지막으로  시간의  블럭을 눈에 담아가고 싶었다. 나무  틈으로 마당을 바라보며 작별인사를 전한다. 해가  다른 계절에 나는 지금 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블럭은  모습 그대로 다시 만날  있기를...


마파의 불금, 완벽한 이방인

더 블럭과의 이별 후, 공장과 이어진 건물의 작은 문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들어가는 광경을 보았다. 공장직원들 미팅이 있나? 가까이서 보니 작은 펍(pub, 선술집)이다. 따뜻한 붉은 빛이 우리를 끌어당긴다.

더 블럭 건너편 사료공장은 아가베의 일종인 Sotol로 술을 만드는 공장이 되었다.


청소년 부터 갓난 아기까지  가족, 노부부, 업무 후에 술잔을 기울이는 직장 동료들로 보이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아는  하다.  명의 낯선 동양 여인에게 누구도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고, 불편한 시선도 주지 않는다. 우리가  보이나 하는 생각이  정도로.


칵테일이나   할까 했는데 모두가 같은  먹고 있었다. 금요일 밤에만 하는 메뉴란다. 마파식 갈비찜. 달지 않은 바베큐 소스에 뭉근히 익힌 기름진 소고기, 바삭하고 고소한 프렌치 프라이와 마요네즈(인줄 알고 먹었는데 라드나 버터가 아니었나 싶음). 입에 맞진 않았지만, 분위기가 맛있어서, 다시 먹기 힘든 음식이라 정성껏 먹었다.


동행한 달과 마파 여행의 마지막 날의 기분을 나누고 싶었지만 몸의 배터리가 방전상태. 아침 일찍 엘파소로 떠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졸음까지 몰려와 일어났다.  



우리의 출입에 신경쓸 사람은 없지만
그들의 밤에 방해가 될까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온다.
마파의 마지막 날을 닫았다.
새까만 밤으로 들어갔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1240393&memberNo=1256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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