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패턴을 즐겨 입으세요? 오늘은 제가 최근에 구매한, 가장 큰 결심을 한, 그것도 돈보다는 패턴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렸던 레오파드 셔츠에 구매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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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에게도 어려운 옷이 있습니다. 가령 포멀 스타일이 베이스인 저에게 스트리트 스타일의 조거 팬츠나 오버 사이즈 티셔츠는 시도하기 어려운 편입니다. 누누히 언급하였지만 옷이란 단순히 입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옷과 관련된 문화와 매너를 표현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스트리트 스타일은 저에게 꽤 어려운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레오파드는 또 하나의 어려운 종류입니다. 패턴이 가진 존재감, 독특함, 화려함이 포멀 베이스와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제가 즐기는 타입의 패턴은 스트라이프, 글랜 체크, 깅엄 체크, 하운드 투스 체크 등 클래식하고 어렵지 않은 눈에 익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카무플라주 또한 사랑하는 패턴입니다만 옷보다는 가방이나 머플러 등의 액세서리에서만 활용하는 편입니다. 안정적인 패턴을 활용하는 저에게 레오파트는 일종의 모험이자 도전인 셈입니다. 그와 다르게 레오파트는 일종의 락시크 (Rock Chic)에 가깝습니다.
몇해전부터 에디 슬리먼(디올 옴므를 시작으로 전세계 락시크를 베이스로 패션을 선두하는 디자이너)의 컬렉션에 등장하는 레오파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스키니한 모델이 입은 레오파드 셔츠는 락시크를 표현하기에 근사했습니다.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스키니한 팬츠에 스타일링한 레오파드 셔츠는 가슴까지 오픈하여 특유의 하늘거리는 모양새를 가졌습니다. 락시크를 좋아하지도 생로랑 브랜드를 좋아하지도 않는 저에게는 꽤 재미난 그리고 시도해보고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유가 많은 것이 아닌 이상 새롭게 시도해보는 것에 큰 돈을 쓰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의 쇼핑 철학에 큰 요소는 새로운 것을 (그것이 패턴이던 스타일이던 혹은 컬러이던) 시도할 때는 가능한 SPA 브랜드의 낮은 가격대를 먼저 경험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어울릴지 어떤 옷과 스타일링 할지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는 것에 달려있기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볍게 시작하고 만약 자신과 잘 맞는다면 그 이후부터는 투자해도 좋은 것이 됩니다.
그렇기에 레오파드 셔츠를 구입하자고 결정했을 때 생로랑은 후보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저 스타일을 참고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레오파드 셔츠를 검색합니다. 하지만 녹색 창을 통해 검색한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상품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레오파드 셔츠를 즐기는 남성이 적어서 그런지 결과물이 많지 않은데다가 그나마 있는 상품들은 대부분 오버사이즈거나 키치한 스타일이 대부분입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제대로된 과격함을 표현하고 싶기에 검색의 결과로 나온 상품들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구글에 들어갑니다. 영어로 레오파드 셔츠를 검색합니다, 물론 남성을 꼭 키워드에 적습니다. 익숙하지만 구매가 쉽게 이어지지 않았던 해외 온라인 편집샵에서 원하던 결과물들이 보여집니다.
여담이지만 미스터 포터, 매치스 패션 같은 월드와이드 편집샵이 늘면서 좋은 점은 생전 경험 해보지 못한 새로운 브랜드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배송도 특별한 기간이 아닌 이상 (예를 들어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행사기간 등) 일주일 정도면 인천에 와있습니다. 가끔 배송이 느린 국내 업체보다도 빠를 때도 있습니다. 진정한 월드와이드 시대입니다.
검색 결과 중에 매치스 패션 사이트에서 73LONDON 이라는 셔츠 브랜드가 검색됩니다. 처음 보는 브랜드이지만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셔츠 특히 실크 셔츠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로 보입니다. 에스닉한 패턴부터 클래식한 패턴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 레오파드 셔츠가 보입니다. 2가지 컬러가 눈에 띄어 클릭해 봅니다. (레오파드 셔츠 2가지 사진)
그 중 클래식한 컬러의 브라운 컬러를 선택합니다. 마음에 드는 패턴에 세일까지 진행합니다. 아무래도 만날 운명인가 봅니다.
일주일 후 부드럽고 얇은 실크 셔츠가 도착했습니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 사이로 셔츠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거울 앞에 서서 어떤 옷과 스타일링 할 지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블랙 솔리드 울 팬츠와 레오파드 셔츠, 그리고 날카롭게 디자인된 로퍼를 스타일링 합니다. 거기에 블랙 더블 브레스티드 블레이저까지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그야말로 제가 원하던 과격하면서도 귀티와 양아치(?)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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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턴, 스타일은 어렵지만 시도해볼만 합니다. 새로운 시도가 스타일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것이고 그와 함께 여러분의 존재감을 더욱 새롭고 다양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