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업의 재미, 멋, 기교 그리고 특별함
가끔은 슈트 한 벌에 화이트 셔츠 하나만 입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남들과 조금은 달라 보이면서 튀지 않고 싶고 싶은 마음을 가진 적 있으신가요? 패션을 시작하면서 항상 차별점을 갖고 싶었던 저는 팬츠에서도 무언가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턱(Tuck, 주름)을 모든 팬츠에 넣기에는 부담스러워질 것 같고, 스키니한 핏을 하기에는 세련될수는 있지만 옷의 우아한 멋이 조금은 부족합니다.
팬츠를 입는 방식은 여러 가지 입니다. 와이드 팬츠를 입는 사람이 있고 테이퍼드 형식의 밑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실루엣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밑단을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턴업을 하여 발 끝에서 재미를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팬츠는 아우터나 이너에 비해 몸의 하단에 있다 보니 컬러 와 실루엣 외에는 디테일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턴업이 그다지 큰 재미 포인트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 하는 이야기를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희 모든 팬츠에 턴업을 넣습니다. 왜냐면, 그게 정말 재밌으면서도 정중한 멋내기이기 때문이죠. 오늘은 턴업의 재미를 그리고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턴업이 무엇인지 부터 알아야겠습니다. "카브라"라고 불리는 턴업은 팬츠의 밑단을 접어서 마무리 하는 방식을 표현합니다. 넓이는 개인 취향에 따라 나뉘지만 밑단 여유분이 있어야 가능한 디테일 입니다. 수트 팬츠에 적용하는 편이고 캐주얼 팬츠는 스타일에 따라 달라집니다. 원단이나 실루엣에 따라 말입니다. 무엇보다 개인 취향이 가장 큰 결정 요소입니다.
다만 턴업과 롤업은 다릅니다. 턴업은 바지의 밑단을 접어올려 봉제를 하여 고정시키는 것이고, 롤업은 캐주얼하게 직접 바지를 접는 형태입니다. 턴업은 다림질을 통해 원단을 고정시키고 이를 평평하게 누르지만, 롤업은 자연스럽게 올리기 때문에 동그랗거나 살짝 루즈한 느낌입니다. 그 차이는 분명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디테일입니다.
제가 턴업을 즐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입니다. 그 중 하나는 밋밋한 팬츠에 재미를 불어넣는 요소입니다. 팬츠는 디테일 요소가 적기 때문에 어떤 무언가가 하나라도 들어가면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다만 그 요소가 너무 화려하면 오히려 재미라기 보다는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작은 디테일이지만 확실한 눈길을 줄 수 있는 것은 턴업이 가장 적당합니다. 발끝에서 표현되기 때문에 허리나 허벅지에 있는 디테일과 충돌되지 않습니다. 특히 위쪽에 어떤 디테일도 없다면 턴업은 밋밋한 팬츠에 확실한 포인트가 되어줄 겁니다.
또한 턴업을 하게 되면 구두나 로퍼에 가장 적절히 어울리며 스니커즈는 미니멀하고 깔끔하게 디자인된 아이템과 잘 어울립니다. 신발과 팬츠의 연결고리가 하나의 턴업으로 포인트를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여실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팬츠를 구매하고 수선을 할 때, 매장에서 수선을 할 수도 있고 근처 세탁소나 수선 전문점에 맡겨 수선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턴업이 어려운 분이시라면 3~3.5cm 정도 적용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보다 폭이 좁으면 턴업의 멋이 조금 약할 수 있고, 그보다 넓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는 턴업을 워낙 즐기기에 항상 4.5cm로 폭을 고정해서 수선합니다. 저에게는 그 정도가 가장 적절한 멋내기입니다.
턴업을 하기 위해서 굳이 폭을 재서 수선집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직원에게 원하는 턴업의 폭만 정확하게 말씀해주시면 잘 수선해서 전달해주실 겁니다.
여름에 가까운 원단과 겨울에 가까운 원단에서 턴업은 다른 느낌입니다. 원단의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턴업의 느낌이 무거워집니다. 봄 가을을 제외한 여름과 겨울 팬츠는 턴업을 꼭 추천드립니다. 겨울 팬츠의 턴업은 두께감이 있어 조금은 무거워보일 수 있지만 팬츠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에 더욱 힘을 실어주어 진중한 매력을 줍니다. 여름 팬츠는 원단이 얇기 때문에 하늘하늘하게 흔들리는 밑단을 조금이나마 무게로 잡아주어 멋을 유지해줍니다. 봄 가을의 팬츠는 여름과 겨울 시즌을 경험하고 나서 선택해도 늦지 않습니다.
원단의 종류로 치면 울 원단을 가장 추천합니다. 촤르륵 떨어지는 느낌이 턴업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죠. 반대로 두꺼운 원단, 코듀로이나 두꺼운 면 원단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턴업을 하면 원단이 두껍고 뻣뻣하여 제대로 형태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울 팬츠 쪽에서 시도해보시고 충분히 느끼신 다음 면이나 다른 원단을 시도해보심이 좋겠습니다.
또한 캐주얼한 화섬(나일론, 폴리 등) 팬츠에도 턴업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턴업은 그야말로 정중한 멋내기입니다. 캐주얼 팬츠는 특히나 화섬은 스포츠성을 갖기 때문에 턴업보다는 핏에 더 고민을 하시기 바랍니다.
팬츠를 입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그 중 턴업은 하나의 기교이면서 정중한 멋에 가깝습니다. 만약 일자로 뚝 떨어지는 팬츠를 더 멋지게 입고 싶으시다면 한번쯤은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발끝에 살짝 접혀있는 턴업을 직접 내려다보면 아마 그 재미에 다른 팬츠를 찾고 있으실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