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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슈트가 울 100% 일 필요 있나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급보다는 실용성입니다.

by Mickey


새로운 해가 왔으니 새로운 옷이 생각날 때입니다. 아직 봄이 온다고 하기엔 한참인 듯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신상품들이 꽤 많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슬슬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것에 새로운 옷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새 옷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가격, 핏, 브랜드, 컬러 등 다양합니다만 '소재'가 큰 몫을 차지합니다. 아이템에 따라 다르지만 슈트, 니트, 팬츠 등 베이식 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면서 소재에 따라 가격의 차등이 심한 아이템에서는 좋은 소재가 좋은 옷의 큰 조건이 됩니다. 옷에서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미니멀한 디자인에서 퀄리티가 높은 소재를 전면적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에서 보입니다. 그만큼 소재는 하이 퀄리티의 주요한 조건입니다.

그래서 새해가 되고 예를 들면 중요한 자리에 입을 슈트를 선택할 때 울 100% 소재를 선택하려 합니다. 가을/겨울 시즌이라면 캐시미어가 일부 섞인 소재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높은 퀄리티의 소재로 만들어진 슈트가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 것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립니다.


우리는 매일은 아니지만 슈트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진 않습니다. 울 소재에 적합한 습도가 유지되는 옷장, 가능한 가죽 시트 위에 앉을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면 울 100% 소재 슈트는 관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울 100% 슈트를 관리하려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치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울 100% 소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양한 혼방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울이 전부인 슈트와는 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의 소재 퀄리티를 낮춰서 봐도 되는 이유는 바로 이렇습니다.

출처 : Google / 슈트 소재는 외관만 봐서는 구별하기 힘듭니다.


- 가격 - 100%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느낌의 대체제는 충분히 많습니다.

울 100%, 캐시미어 100% 같은 천연소재로만 만들어진 소재는 가격이 높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 소재가 아닌 이상 컨트롤할 수 없는 자연 상황, 인건비, 관리의 까따로움 등등이 소재의 값어치를 올리는 주요한 요인입니다. 무엇보다 옷이라는 건 시작부터 천연 소재로 만들었었기 때문에, 그 소재에 대한 디자인이 가장 잘 어울리긴 합니다.

이런 한정적인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혼방 소재 (여러 소재를 섞는 것으로 예를 들면 울 소재에 폴리에스터 소재를 섞는 것을 뜻함) 를 사용하여 가격대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울과 폴리에스테르, 폴리우레탄(스판)의 혼방이 대표적입니다. 폴리우레탄은 스판이기 때문에 8% 이상을 넘기기 어렵고, 울과 폴리에스테르의 혼방 퍼센트 차이가 가격을 결정합니다.

출처 : Google / 울 폴리에스테르 폴리우레탄 혼방 소재의 외관입니다. 울100%와의 차이를 느끼시나요?

울 100%와 울/폴리에스테르/폴리우레탄=49/49/2% 혼용의 가격차이는 거의 1.5배에서 2배 정도입니다. 심한 경우 혼방 소재가 울 100% 1벌 살 금액으로 2벌을 구매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가성비 넘치는 소재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혼방을 두 팔 벌려 반겨야 할 만큼 괜찮은 가격 포지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퀄리티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울 100%과 울 혼방의 차이는 구분하기 어렵고, 특히나 울 혼방 소재 안에서 울의 소재 포지션의 차이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보이는 외관의 모습이 뚜렷하게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폴리에스테르를 혼방시키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이 보완된 것입니다.

울 100%와 비슷해 보이는 소재의 외관에 가격적인 면에서 충분한 메리트가 있는 혼방 소재는 우리에게 마음 편한 가격 택을 보여줄 것입니다.


- 내구성 - 혼방 소재가 내구성이 오히려 뛰어납니다.

울 100%, 캐시미어 100% 소재는 천연 소재이면서 고급 소재이기도 하기 때문에 소재 자체가 섬세하고 부드럽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단단하지 않고 예민하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입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뾰족하고 날카로운 모서리에 닿거나 터프한 소재의 의자에 앉았다가는 소재가 망가지기가 십상입니다. 그만큼 내구성이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혼방에 들어가는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의 소재는 인간이 만든 화섬 섬유로 소재의 역할 중 하나는 내구성입니다. 그렇기에 화섬 섬유가 섞인 울, 캐시미어 소재는 100% 소재보다 내구성이 단단합니다. 옷이라는 것은 올이 쉽게 나가고 헤지고 보풀이 일어나지만, 그것은 조금은 더 개선하는 것이 혼방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가격뿐 아니라 내구성의 면에서 혼방 소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에 좋은 소재입니다.

출처 : Suitsupply / 슈트를 입고 춤을 추진 않더라도 슈트는 내구성이 좋은 옷은 아닙니다.


- 관리 - 쉬운 관리, 그리고 옷을 입으면서 느껴지는 옷이 느끼는 피로감, 모두 혼방이 조금 더 편합니다.

관리 면에서는 천연 소재와 혼방 소재의 장단점이 각각 존재합니다. 다만 우리처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혼방 소재의 장점이 단점을 상쇄시켜줄 것입니다.

천연 소재는 주름이 잘 지는 편이고 다림질을 하면 쉽게 펴집니다. 혼방 소재는 주름이 잘 지지 않지만 한번 지게 되면 다림질로 펴지는 건 천연 소재보다는 어렵습니다. 만약 슈트의 팬츠라면 매일 옷을 갈아입고 다릴 수 없는 우리의 입장에서 쉽게 주름이 지고 관리를 해줘야 하는 것보다는 잘 주름이 지지 않는 소재가 관리가 편합니다. 다림질이야 주말에 해주면 되니까요.

이렇듯 관리 면에서도 혼방 소재의 장점은 단점을 뛰어넘습니다. 일상에서 매번 해줘야 하는 관리가 어렵다면 혼방 소재의 팬츠나 스웨터는 우리에게 관리의 편의성을 보장해 줄 것입니다.

출처 : Google / 관리의 면에서 울혼방 소재는 울 소재와는 다른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3가지 이유만으로 천연 소재, 혹은 고급 소재에 대한 집착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천연 소재는 가장 좋은 소재입니다. 컬러, 퀄리티, 그리고 옷을 표현하는 느낌마저 천연 소재만이 가진 매력은 꽤 클 것입니다. 다만 위와 같은 아이템을 구매할 때 고급스러움보다는 실용적인 면이 더 중요하다면 혼방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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