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과 포멀이 합쳐진 매력, 코튼 슈트
여러 칼럼을 통해서 슈트에 대한 이야기를 그간 전해드렸습니다. 베이식한 컬러인 네이비, 그레이부터 블랙과 베이지를 선택하는 방법, 솔리드와 체크 패턴의 차이와 선택의 순서까지 기본에서부터 옷을 즐기는 순서가 될 때까지의 발전 단계를 기준으로 여러 번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번 칼럼은 봄과 가을에 잘 어울리는 슈트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슈트는 디자인, 컬러, 체크 패턴보다도 소재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로 재미를 주는 바로 '코튼 슈트'입니다.
코튼 슈트는 면 소재로 만든 슈트를 뜻합니다. '면 정장'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면 팬츠에 사용되는 소재를 활용하여 재킷과 팬츠를 만듭니다. 면 팬츠를 생각하면 어떤가요? 캐주얼하고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이 소재를 활용하여 만든 슈트는 비슷하게 캐주얼하면서 단단한 소재감과 부드러운 터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따로 활용하기도 좋고 같이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아이템입니다. 그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요?
한 브랜드의 옷을 많이 입어봤거나, 기본 티셔츠 같은 베이식한 상품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오프라인 구매를 추천드리곤 합니다. 특히 코튼 슈트는 슈트 중에서도 오프라인으로 구매할 것을 추천드리는 편입니다.
이유로는 첫 번째, 울 소재와 다른 면 소재 특유의 단단한 특성이 같은 치수여도 더 작거나 크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소재의 터치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울 소재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면 소재는 보이는 것과 다르게 두껍거나 얇을 수 있고 부드러운 터치처럼 보여도 생각보다 러프한 터치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꼭 만져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생각보다 코튼 슈트가 온라인 몰에 다양하게 올라오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구매층이 강하고 정기적으로 코튼 슈트를 다루는 브랜드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와 오프라인 매장을 두루 둘러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코튼 슈트를 항상 다루는 브랜드로는 '폴로(POLO)'가 있습니다. 아메리칸 클래식의 대명사답게 면 소재의 슈트는 항상 나오는데 베이지, 네이비부터 카키, 브라운 정도까지 시즌에 따라 다양하게 출시가 되는 편입니다.
그 외에 라르디니, 드레익스 같은 해외 브랜드에서 다양하게 다루는 편이고 국내에서는 맨 온 더분이 다루고 있으나 시즌에 따라서 미 출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 다양하게 브랜드 매장을 둘러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면 소재도 다른 소재처럼 다양한 터치와 내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재킷과 팬츠로 구성된 슈트로 입을 것이라면 단단한 소재가 좋겠습니다. 1년 정도 입고 처분하는 셔츠처럼 소모성이 강한 아이템이 아니고 꽤 오랜 기간 동안 두고 입어도 되는 베이식 아이템이기 때문에 오래 입어도 괜찮을 수준의 단단한 소재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단한 소재여도 촉감만큼은 부드러운 것이 좋습니다. 소재 자체의 단단한 성질 때문에 촉감까지 러프한 느낌이 들면 군복 같은 강한 느낌으로 비춰집니다. 소재의 겉을 긁어내면 털이 살짝 올라오면서 촉감이 부드럽게 되는데, 보통 이런 것을 '피치 가공'을 하였다고 말합니다. 슈트 소재에 활용되는 면 소재는 이 피치 가공이 되어 있는 것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렇기에 코튼 슈트를 구매한다면 추천하는 소재의 특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오프라인 구매를 하면서 꼭 만져보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령 면과 리넨이 혼방된 소재도 많이 쓰이면서 더 여름에 가까운 소재감의 슈트가 있기 때문에 이를 꼭 만져보고 구별해서 구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보통 울 소재 슈트를 처음 구매할 때 다크 네이비, 차콜 그레이를 추천합니다. 베이식하면서 어디에나 입기 좋고 어디에든 갈 수 있는 컬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튼 슈트는 다릅니다. 용도 자체가 캐주얼이고 비즈니스에서도 정식적인 아이템은 아닙니다. 즉 멋을 내기 위한 아이템이기 때문에, 아이템 자체가 가진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컬러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코튼 슈트는 보통 베이지, 네이비, 아이보리, 카키 순으로 출시가 됩니다. 블랙과 브라운도 종종 등장하지만 어두운 컬러보다는 밝은 컬러 위주 순으로 보여집니다. 위 컬러는 면 소재가 표현할 수 있는 특유의 컬러입니다. 팬츠로 생각하면 쉬운데, 보통 우리는 면 팬츠로 베이지, 네이비, 아이보리, 카키 정도를 입습니다. 이 것이 재킷과 연결했을 때도 무리 없이 잘 어울리고, 면 소재가 가진 컬러 표현 감이 독보적입니다.
무엇보다 면 소재를 활용했을 때는 '워싱'이라는 가공을 통해서 살짝 빈티지한 외관을 만들어 냅니다. 실제로 입어서 빈티지한 것이 아닌 일종의 공정인 '워싱'을 통해서 옷에 효과를 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너무 새 옷의 느낌보다는 살짝 빈티지한 느낌으로 캐주얼한 매력을 슈트에 담아줍니다. 캐주얼한 코튼 슈트를 고집하는 폴로의 이미지를 상상했을 때 이 느낌이 어떤 것이지 잘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캐주얼 슈트의 장점은 타이를 하는 것이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라는 것입니다. 타이를 했을 때의 스타일과 하지 않았을 때의 스타일이 다르기에 어떤 스타일을 만들 것인가에 따라 타이의 유무는 달라집니다.
타이를 한다면 셔츠는 솔리드 화이트와 블루, 그리고 스트라이프, 체크 패턴까지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습니다. 베이지, 아이보리 같은 밝은 컬러라면 화려한 패턴의 셔츠는 좋은 조합이 됩니다.
무엇보다 니트 타이가 코튼 슈트와의 궁합이 좋습니다. 캐주얼한 스타일의 니트 타이는 울 혼방 슈트에 하면 다소 언발란스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튼 슈트는 캐주얼한 스타일이기에 니트 타이를 매칭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조합이 됩니다.
타이를 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셔츠를 2개 이상 풀어도 좋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멋을 내기 위한 슈트이기에 셔츠 또한 다소 멋을 부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셔츠 혼자 다소곳하면 재미가 없을 테니까요. 셔츠가 아니라면 라운드 니트, PK 카라 니트도 좋은 조합입니다. 최근 들어 '셋업(SET-UP)'이라는 아이템으로 불리며 슈트 대용으로 화섬 소재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같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소재를 통칭하는 용어)를 활용해 비즈니스 캐주얼을 대표하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셋업에는 셔츠가 어울리지만 특히 니트류가 잘 어울려 반팔 니트를 입어야 하는 여름까지 꾸준하게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코튼 슈트는 셋업보다는 더 클래식하지만 캐주얼한 느낌이 강하며, 여름보다는 봄/가을이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두 아이템 모두 캐주얼한 스타일임에는 분명하기에 니트류와 함께 입기에 좋은 아이템입니다.
울 슈트로 보여지는 포멀함과는 반대로 코튼 슈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캐주얼한 멋이 있습니다. 우린 이미 폴로 브랜드의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많이 봐왔던 것입니다. 시작은 어려우나 입어볼수록 재미있고 쉬울 것입니다. 제대로 된 코튼 슈트 하나만 장만한다면, 이너로 입을 셔츠와 타이를 바꿔 입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넘치는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