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츠 스타일에 맞춰 골라 신는 로퍼, 이렇게 맞춰 신어볼까요?
봄이 오면 가벼워지는 옷차림처럼 신발도 조금은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살짝 드러난 발목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느낌처럼 봄을 표현하기 좋은 신발, 로퍼가 있습니다. 남성에게 캐주얼과 포멀, 신사와 소년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구두 '로퍼'는 어떤 스타일의 옷과 신느냐에 따라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로퍼는 끈이 없는 간결한 디자인의 구두입니다. 완전한 포멀보다는 캐주얼에 가깝고 보통 슈트에는 매칭을 잘하지는 않는 편입니다만, 정통 클래식을 고수하지 않는 다면 어느 정도 어울리는 디자인의 로퍼를 신어도 슈트의 스타일은 망가지지 않습니다. 다른 구두와 마찬가지로 라스트 형태, 컬러, 디자인에 따라 어울리는 형태가 각기 다르니 본인이 즐겨 입거나 해보고 싶은 스타일에 따라 로퍼의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로퍼는 그 형태, 디자인에 따라 다른 구두보다 훨씬 다양한 범주 안에서 활용이 가능합니다. 슈트는 물론이고 치노 팬츠, 데님, 울 트라우저 등 디자인에 따라 다양하게 매칭 하여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매칭 하면 될까요?
**라스트의 디자인에 따라 스타일은 결정됩니다. 그럼 라스트는 무엇인가요?
라스트(LAST)는 구두에만 존재하는 디자인 용어입니다. 우리말로는 '구두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구두의 전체적인 외피 곡선을 지칭하는 것으로 구두 디자인의 첫 번째로 결정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라스트의 디자인에 따라 포멀과 캐주얼, 디자인적인 것과 베이식 한 것을 나누는 중요한 사항이 됩니다.
보통 날카롭고 매끈하게 그려진 라스트를 포멀 한 구두에 적용시키고 동그랗고 부드럽게 그려진 라스트는 캐주얼에 접목을 시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죠. 빈틈없이 차려입은 포멀 룩에는 날카로운 라스트의 구두로 단단하고 빈틈없는 느낌을 채워주고, 여유로운 캐주얼 룩에는 동그란 라스트의 구두로 한층 부드러운 곡선을 채워줍니다. 라스트에 따라 달라지는 스타일은 기억해두었다가 구두를 구매할 때 원하는 스타일과의 매칭을 생각해보고 결정하면 실패가 없을 것입니다.
그럼 어떤 팬츠와 스타일링을 해볼까요?
캐주얼한 치노 팬츠 스타일에는 동그란 라스트의 편안한 로퍼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부드러운 라스트가 치노 팬츠 스타일에 여유로움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면 소재로 만들어진 치노 팬츠에는 구두보다는 스니커즈가 어울릴 거라 생각하겠지만, 로퍼를 매칭함으로써 '댄디(DANDY)'라는 요소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슈트나 셋업이 아닌 치노 팬츠와 로퍼 만으로도 댄디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캐주얼함 속에서 정돈된 스타일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스타일이 익숙해진다면 자유롭게 치노 팬츠와 구두와의 조합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치노 팬츠의 컬러는 베이지, 아이보리의 경우 블랙, 브라운이 잘 어울리고 심지어 화이트나 크림 같은 구두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밝은 컬러도 잘 어울립니다. 팬츠의 컬러가 밝을수록 로퍼의 컬러를 수용하는 범위는 넓습니다. 반대로 어두운 컬러의 치노 팬츠의 경우 밝은 컬러의 로퍼는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같이 어두운 컬러의 블랙이나 브라운 정도가 매칭 하기 좋겠습니다.
가죽 소재는 소가죽을 기준으로 질감은 매끈하거나 그레인 레더 (좁쌀 모양 형태를 띠는 가죽 외관) 정도가 좋겠습니다. 투박하고 캐주얼한 느낌은 그레인 레더가 가깝고 포멀 한 느낌은 매끈한 가죽이 잘 어울리지만 어디까지나 취향의 차이이기에 천천히 비교해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되겠습니다.
슈트 팬츠 혹은 주름이 잡힌 울 트라우저를 입을 때는 라스트가 날카로운 매끈하게 만들어진 로퍼가 잘 어울립니다. 차려입은 느낌, 포멀 한 스타일에는 날카로운 라스트 로퍼가 스타일을 완성시켜 줄 키 아이템이 될 것입니다.
슈트 팬츠나 울 소재의 트라우저는 주름이 만들어진 디자인이 대부분입니다. 날카롭게 잡힌 팬츠의 주름은 잘 정돈된 느낌으로, 팬츠의 끝과 연결되는 슈즈 또한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스타일을 선택해야 합니다. 부츠, 레이스 업, 더블 몽크 등의 드레스 슈즈를 슈트와 입을 때 매끈한 라스트를 선택하는 듯이 로퍼 또한 선택의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좋습니다.
제가 보통 신는 로퍼는 라스트가 날코롭고 매끈합니다. 슈트나 울 소재 트라우저를 많이 입기에 로퍼를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이 조합은 꼭 슈트가 아닌 캐주얼하게 블레이저와 트라우저를 입더라도 포멀 한 느낌을 적당히 만들어 줍니다. 적정선의 긴장감을 유지해주는 스타일링입니다.
다만 라스트가 날카로운 디자인은 어떻게 입느냐와 어떻게 스타일링하느냐에 따라 고급스러움과 가벼워 보이는 인상을 한 끗 차이로 가질 수 있습니다. 라스트가 날카로울수록 스타일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가벼움을 넘어서 약간 양아치(?)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날카로운 라스트의 로퍼를 선택할 때는 옷차림에서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전체적인 실루엣에 집중하고, 옷에 대한 경험이 많아진다면 컬러와 패턴에서 욕심을 부려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죽의 종류 중 '스웨이드'는 표면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따뜻하고 포근한 외관입니다. 카디건이나 밝은 컬러의 블레이저가 잘 어울리는 스웨이드 로퍼는 캐주얼한 로퍼 중 하나입니다. 특히 처카 부츠와 함께 스웨이드 페니 로퍼는 여름을 제외하고는 밝은 캐주얼을 보여주기에 좋습니다.
컬러가 화려하거나 비비드 해도 부담감이 적기에 과감한 스타일을 즐기는 남성은 라이트 브라운부터 아이보리까지 한도 없는 컬러를 즐깁니다. 적당히 워싱이 입혀진 블루 데님에 아이보리 스웨이드 로퍼 조합은 도심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밝고 아름다운 캐주얼 스타일입니다.
시작은 브라운, 다크 브라운 정도의 스웨이드 페니 로퍼가 좋습니다. 면 치노 팬츠, 데님 등에 두루 잘 어울립니다. 데님의 블루부터 치노의 베이지, 네이비 등의 베이식 컬러에 위화감 없이 좋은 궁합을 만들어 줍니다. 무엇보다 스웨이드의 따뜻한 감성을 잘 표현하기에 어떤 시대에 신어도 촌스럽지 않은 오히려 고급스러운 느낌을 만들어 줍니다.
베이식 로퍼를 모두 가지고 있다면, 새로운 로퍼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여지없이 스펙테이터 로퍼를 추천합니다. 영화 '라라 랜드'를 통해 유명해진 스펙테이터 스타일은 컬러가 다른 가죽을 사용하여 화려한 조합을 만들어 낸 구두로 로퍼 혹은 스트레이트 팁 형태가 많습니다. 그중 로퍼 스타일은 컬러의 경쾌함으로 스타일의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라스트가 매끈하더라도 화려한 포인트 역할이기에 포멀보다는 캐주얼에 잘 어울리고, 가을 겨울보다는 봄 여름이 잘 어울립니다. 물론 가을까지는 무방합니다. 봄 여름이 잘 어울리는 것은 총장이 짧은 경쾌한 스타일의 팬츠와 함께 매칭 했을 때 좋은 궁합을 보여줍니다.
블랙과 화이트 혹은 아이보리, 브라운과 화이트 혹은 아이보리가 좋은 컬러 배색입니다. 보통 두 가지 조합으로 제한을 하는데 다른 컬러가 더 들어가면 다소 조잡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웨이드 로퍼와 마찬가지로 데님이나 면 치노 팬츠가 잘 어울리는데, 데님은 블루뿐 아니라 블랙이나 화이트 컬러도 좋은 조합입니다. 특히 블랙 데님에 블랙+아이보리 스펙테이터 로퍼는 도회적인 캐주얼 느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면 치노 팬츠나 데님 모두 화이트나 아이보리 같은 밝은 컬러와 스펙테이터가 잘 어울려 봄 여름에 화사한 스타일을 만드는데 좋습니다.
로퍼는 따뜻해지는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슈즈입니다. 가려져 있던 발목을 드러내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스타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심하듯 로퍼로 멋을 내 다가올 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