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왜 개발자는 영업자를 싫어하는가?'이다. 이와 반대로 영업자도 개발자를 싫어한다. 가만히 보면, 제목이 자극적이지 않을 수 없다. 매회 아슬아슬하긴 하다. 그래서 이 또한 사전에 일러둘 것이 있는데, 모두가 이와 같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길 바란다.(상황과 여건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나는 한때 IT 개발자였다. 주로 웹개발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응용했다. 디자이너가 협조를 하지 않아, 디자인을 배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서비스기획 및 상품기획을 경험하며, 이윽고 마케팅 분야로까지 활동을 넓혔다. 공동 창업할 때는 살기 위해 돌방영업(일명: 돌아다니면서 방문하는 영업)도 많이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자리 잡게 되었다.
뜬금없이 구구절절 나의 스토리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항상 이슈가 되는 사항이 있어서다. 바로 '작은 기업의 개발자와 영업자는 왜 항상 싸울까?'라는 점이다. 개발자와 영업자는 포지션이 극과 극으로써 관점이 다르다. 나는 이러한 경험과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제3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풀어보려 한다.
회사는 하나의 목적과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조직이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프로젝트는 부서와의 협업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건과 갈등, 희로애락의 판타지스터운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20명 남짓의 어느 사무실. 두 개의 룸을 두고 개발자와 영업자가 각각의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영업자는 어김없이 소개서와 샘플을 들고 클라이언트를 찾아간다. 이들의 눈빛은 오로지 매출 달성을 목표로 돌진하는 것. 그렇기에 주변의 모든 사항에 안테나를 세운다. 마치 인공위성이 지구를 돌며 끊임없이 감시하는 것처럼, 사소한 모든 것에도 관심을 갖고 항상 틈을 노린다. 어찌 보면 메뚜기의 더듬이처럼 이들의 이마에도 이것이 붙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이토록 사소한 일에 관심을 쏟고, 귀를 열고 있는 이유는 사소한 틈에서 기회가 발생되고, 그곳에서 수익의 씨앗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한 그 틈은 결국 고객의 니즈와 직결되는 포인트를 포착하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이 모든 과정은 기승전 수익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기질은 네트워크를 가장 중요시하며, 대인관계는 곧 수익이라는 믿음으로 내부보다 외부에 신경을 쏟게 한다. 그렇기에 처음 뭉칠 땐 B형(ENFP, ESFP, ESTJ, ENFJ 등)이 모여있는 것처럼 의기충만하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패기가 넘친다. 마치 전쟁터에서 장수가 돌격하는 용맹스러운 모습이다. 문제는 돌격은 잘하는데 그다음이 문제다. 비유하자면... 음... 금사빠(?) 또 하나의 문제는 주변 안테나를 워낙 많이 돌리고 있어서, 영업자끼리 쉽게 오해하고 싸우는 일이 잦다는 점이다. 흔히 남자는 입이 무겁다고 인식되지만, 여기서는 '절대 아니올시다'다. 여자보다 가벼운 경우도 허다하다. 때론 입이 너무 가벼워 가관인 경우도 많다. 직전에 썼던 "여직원 네 명이 모이면 벌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반면, 개발자의 일상은 여느 사무직과 비슷하다. 조용한 공간에서 뉴스와 커뮤니티 정보를 훑어본 후, 회사 일정에 따라 요청받은 사항들을 꼼꼼히 분석한다. 타당성 검토 후 기획팀과 상의하며, 때로는 '밀당'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개발에 착수한다. 개발자의 세계는 논리와 정확성이 생명이다. 프로그래밍에서 작은 오류 하나가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충'이란 단어는 그들의 사전에 없다. 이러한 직업적 특성은 그들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방식은 때로 의사소통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 생각 어때요?"라는 질문에 "만약 안되면 어떡할 건데요?"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이는 부정적 혹은 따지는 식으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는 개발자의 습관일 뿐이다. 이러한 개발자의 특성은 동료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해되지만,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결국, 개발자의 꼼꼼함과 논리적 사고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업무의 정확성을 높이는 동시에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로서 영업자와 개발자의 기질과 입장을 잠시 설명했다. 이제 이 둘의 만남만을 남겨놓고 있다. 충돌의 일촉즉발. 전쟁의 서막은 영업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영업자가 말을 건넨다. "개발자님, 고객한테 홈페이지를 보여주면서 영업해야 하는데 언제 완성돼요? 빨리 보여줘야 믿고 결재를 하거든요."
개발자는 '갑툭튀, 이 놈 뭐야?'라고 생각하며 대답하지 않는다. 이를 본 영업자는 '이 사람, 들었으면서 쌩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렁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영업자는 다시 방긋 웃으며 손으로 콕콕 찌르면서 말한다. "개발자님? 홈페이지 언제 완성되냐고요~"
개발자는 짜증 섞인 말투로, 이렇게 말한다. "갑자기 언제 완성되냐고 물으면 제가 어떻게 답변드려야 할까요? 스케줄상 여차여차이고요, 기획팀에서 처리 후에 디자인팀과 조율... 블라블라"라고 끝없이 이야기한다. 또 이어서 말한다. "무엇보다 그건 개발자인 나에게 물어보지 마시고, 기획팀에 가서 물어보세요. 정확히 언제 된다는 말을 못 하겠습니다."
영업자는 어안이 벙벙하다. '이게 무슨 말이지? 그냥 대충 언제 될 건지 물어봤을 뿐인데, 내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잠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 자리로 돌아온 영업자는 잠시 생각하다 열받아 다시 개발자를 찾아간다. "아니, 그냥 대충 언제쯤 될 건지만 말씀 주시면 제가 클라이언트에게 대략이나마 설명을 할 거 아닙니까? 이게 그렇게 따질 일이에요?" 이 말을 들은 개발자는 폭발한다. 절차 등을 속사포로 설명하며, 왜 정확히 말을 할 수 없는지 논리적으로 다시 설명한다. 영업자는 무슨 말인지도 모른 채 듣기만 해야 했다.
그렇다. 개발자는 개발만 하는 사람이지 디자인 및 기획을 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규모가 작으면 동시에 혼자 하는 경우도 있으나, 체계가 잡힌 회사는 부서와의 소통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게 다반사다. 그렇기에 언제 완성되는지 모르는 게 맞다.(다만, 본인 스캐쥴은 말해줄 수 있다.) 그러나 영업자는 '홈페이지는 개발이니 개발자에게 물어보는 게 맞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디자이너한테 묻기도 한다. 영업자는 정확한 범주보다는 대략적(+직관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 습관화되어 있다. 이는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다 보면 정확한 공식을 성립할 수 없어서다. 즉, 기약이 없을 때도 많고, 변수가 항상 따른다. 생각해 보라 사람의 마음을 딱 잘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을까? 반면, 개발은 정확해야만 한다. 쉽게 말해 대충과 정확이라는 대척점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여기에 영업자가 뇌관을 건드리는 말을 한다. "아니, 그거 대충 그려서 하면 금방 뚝딱 나올 것 같은데... 뭐 그리 유난인가요? 디자인도 그렇고~ 별것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제 개발자의 반격이다. "뭐? 대충? 금방? 별것?" 영업은 복합 예술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영업자에게 충격적인 비수가 날아든다. 개발자 왈, "밖에 나가 싸돌아 다니면서 할 거 다 하고, 놀면서 말로 돈 버는 주제에 뭐? 블라블라".
실제 대화에서 나왔던 말이다. 물론, 모두가 이와 같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입장 차이는 극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발자라고 해서 모두가 폐쇄적이고 까칠한 것은 아니며, 영업자라고 해서 대충이란 범주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직업의 성향상 기질적인 면을 서로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교훈: 우리 모두는 하나다!
심장 따로, 콩팥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듯...
PS) 이 둘 싸움의 한가운데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기획자다. 기획자는 한마디로 양극단에서 조율을 하는 업무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본업이 따로 있다. 샌드위치의 중간 속살이라고 해야 할까? 이들의 고충은 다음연재에서 밝혀보겠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