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그러나 나의 현실은 이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많은 이들이 동영상이나 강의에서 쉽게 설명하는 화자를 보며 착각에 빠진다. 마치 화자의 역량과 능력이 자신과 동기화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설명의 깊이에 대한 착각'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Rozenblit와 Keil의 2002년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종종 어떤 주제에 대해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화자의 말과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쉬워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뒤에 숨겨진 노력과 경험을 간과하기 쉽다. 게다가 화자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식의 격려를 던질 때, 이는 우리의 과도한 자신감을 부추긴다. Moore와 Healy가 2008년 연구에서 밝힌 '과도한 자신감 효과'처럼,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 결과를 모든 문화권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유교 사상이 깊이 뿌리내린 문화권에서는 더욱. 한국인들은 오히려 겸손이라는 문화적 DNA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적 특수성은 '과도한 자신감 효과'에 대한 반론으로 작용할 순 있으나, 이를 잠시 논외로 한다면, Moore와 Healy의 연구 결과는 여전히 설득력을 지닌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판단은 문화와 심리의 지배를 받는다. 특히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면이 심리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심리의 영향력은 스타트업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의 핵심에는 "내가 설계한 것은 반드시 구현할 수 있다"는 강한 도전과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낙관주의를 넘어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은 긍정적 마인드와 문제 해결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전진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태도가 원동력이 되어 성장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결과적으로 폭발적인 발전을 이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은 긍정과 열정에 기반한 강한 자신감을 형성한다. 동시에 이 시기는 각 팀만의 고유한 규칙과 문화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단계다. 좌충우돌 끝에 팀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자신감은 조직의 비전을 강화하고,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더욱 밝게 만든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팀의 생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커질수록, 스타트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무엇일까? '생각'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논하자면 그 자체로 방대한 주제가 될 것이다. 여기서는 그 깊은 철학적 논의보다는, '생각'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생각'은 시간의 축에 따라 그 성질이 변화한다. 과거를 회상할 때, 우리의 생각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과거에 존재한다. 현재의 순간을 경험할 때, 생각은 즉각적인 느낌과 뒤섞여 현재에 머문다. 미래를 상상할 때, 우리의 생각은 앞으로의 모습을 그리는 청사진이 된다.
이처럼 '생각'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존재다.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특히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미래를 향해 달리는 조직이다. 강한 비전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생각'은 항상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무게에 발이 묶여 있다. 스타트업의 핵심은 바로 이 현재와 미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끊임없는 문제 해결을 통해 미래로 빠르게 나아가려는 노력, 그것이 스타트업의 본질이다. 이는 마치 생각은 미래에, 몸은 현실에 있는 상황과 같다. 이 거리를 좁히는 과정이 바로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수많은 전략과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적인 출구(EXIT)를 찾으면 승리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하는 게임. 우리는 이것을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과 미래 사이의 중력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나 역시 긍정적 마인드와 미래 지향적 사고를 적극 지지한다. 하지만 동시에 비즈니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요구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예상과 현실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이는 많은 스타트업 팀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이렇다.
정확한 미래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염두에 두고 실전에 임하는 것과, 막연한 자신감만으로 달려가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방적 관점에서 한 가지 원칙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예측과 현실은 적어도 2~3배 이상 차이가 난다"라고 가정하세요. 이는 정확한 수치가 아닌,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우리로 하여금 더 철저히 준비하게 만들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원칙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우면, 현실의 불확실성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비관주의가 아닌, 현실주의적 접근법입니다.
나는 항상 예측과 현실 사이에 2~3배 이상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주의 환기를 넘어, 팀원들의 일상적인 사고방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러한 마인드가 습관화되면, 자연스럽게 현실을 더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하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거래처에서 "다음 주면 완성됩니다"라고 하면, 나는 자동으로 '다다음 주에나 완성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대응 전략을 세운다. 직원 채용 시에도 마찬가지다. 1명이 필요하다면 2~3명을 인턴으로 계약한다. 예산 수립에서도 이 원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1,000만 원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라면, 실제로는 1,500~2,000만 원이 들어갈 것으로 가정하고 준비한다.
이는 비관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전략이다. 사업을 실제로 운영해 보면 우리의 예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다. '2~3배 차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의 뇌를 각성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탄력적이고 효과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스타트업 멤버, 특히 연령대가 낮고 사회 초년생일수록 이러한 '생각과 현실의 갭'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아직 사회에서의 큰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고, 비즈니스 세계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마주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신 동영상, 선배의 조언, 책과 강연을 통해 간접적인 지식을 얻고 실전에 뛰어든다. 이들의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는 스타트업 정신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과도한 낙관주의는 현실의 리스크를 간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거나 운영할 때는 다음과 같은 마인드셋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예상보다 2~3배 이상의 시간, 비용, 노력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
긍정적 사고는 유지하되, 현실적인 계획과 대비책을 마련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학습의 기회로 삼는다.
지속적으로 시장과 고객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반영한다.
유연성을 유지하며, 필요에 따라 빠르게 전략을 수정할 준비를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스타트업의 열정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에너지를 현실적인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생각과 현실의 갭'을 인식하고 대비하는 것은 단순히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스타트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결국,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꿈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잡는 예술이다. 큰 꿈을 꾸되, 그 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마주칠 도전과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대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스타트업 정신의 핵심이 아닐까?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