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옷장.

by 김 예나

그녀와 그녀의 동생은 같은 옷장을 공유한다.

그 옷장에는 서로의 취향이 묻어 있는 옷들로 가득하다. 이를 테면 길이가 짧은 크롭티, 레이스 달린 옷

기장이 긴 바지, 등이 움푹 파인 원피스, 줄무늬 셔츠들이 그녀의 주력 상품이며 그녀와 반대로 그녀의 동생은 자신의 몸 보다 한 치수 씩 큰 오버사이즈 반팔티, 트레이닝팬츠, 져지와 아노락 같은 아우터, 갖가지 스프라이트 티셔츠 들과 귀여운 양말들이 그녀의 애장품으로 그녀를 이루고 있다.

평범한 일상에는 동생의 옷을 입고, 멋을 부리고 싶은 특별한 날 에는 그녀의 옷을 꺼내 입으며 서로의 옷들을 공유한다. 서로 다른 체형, 서로 다른 분위기, 서로 다른 스타일에 같은 옷을 입어도 입는 이의 따라 변화하는 옷은 매번 새롭게 재창조된다.

서로의 취향을 정확히 알기에 어떤 옷들이 서로에게 잘 어울리는지를 명확히 안다.

보통이라면 옷을 선물하기란 어려운 법이지만

그녀들은 서로를 속속히 알기에 가능해진다.

취향은 물론 스타일, 체형은 본인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깊은 선물은 우리에게 비교적 쉽다.

이 모든 것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에서 온다.

서로의 실패와 성공을 동시에, 같이 경험하며 쌓인 노하우들은 서로의 데이터에 고스란히 싸여 서로의 쇼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 옷 별로야. 언니에게 안 어울려. “

언니는 목이 드러나는 옷이나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입어야 이쁘다고.

“헉. 동생 이거 완전 내 건데! “

이거 너한테 완전 찰떡이겠다.

가끔은 자기 자신보다 상대에 대한 깊은 자신감이 묻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타일리스트가 되며, 브랜드 디렉터가 되는 사이.

서로의 마케터가 되어 서로의 예쁨을 홍보하고 성공시키는 사이.

서로의 예쁨을 서포트하고 지지하는 투자자가 되어

기꺼이 서로의 스폰서가 된다.

서로의 옷에 모델이 되어 서로의 패션을 칭찬하고 예쁨을 자랑하는 사이.

서로에게 가장 아끼는 옷을 아낌없이 내어줌으로써 깊은 애정을 숨기는 사이가 된다.

서로만 알고 있던 예쁨을 알리는 사이.

서로의 것을 탐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각자만의 스타일과 비치는 사랑스러움을 가진 그녀들의 옷은 그녀들의 스토리다.

그녀는 말한다.

패션은 그녀 자신이며, 그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그녀의 패션도 그녀의 글과 함께 그녀를 대표하는 것으로 중요한 사명을 담당한다.

그래서 그녀를 표현해 내는 최고의 도구라고

그녀는 글만큼이나 옷을 사랑한다.

그건 그녀 만큼이나 그녀의 동생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패션만큼 서로의 글도 다르지만 서로에게 유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녀의 글은 너무 많은 텍스쳐들을 담고 있어 멀미가 날 정도로 느끼하며 한꺼번에 꼭꼭 씹어 소화시키기에는 배가 부른 글이다.

반면 그녀의 동생의 글은 순수하고, 많은 생각을 거치지 않아 심플하여 소화시키기 편하다.

서로의 글로 쓰인 표현방식은 서로의 페이지에 영감을 주며 그녀들의 옷장을 열어젖히면 그녀들을 닮은 옷들이 멋스러운 삶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녀들의 책장을 열어젖히면 페이지가 넘겨질 때마다

그녀들을 닮은 글이 최초의 얼굴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

* 빈티지를 말하는 색다른 표현:pre-loved(이전에

사랑받은 적 있는 옷) 오래전에 사랑받았던 옷.이라는 표현이다. 오래 전에 사랑받았고, 앞으로도 사랑받을 우리의 삶이 포도주처럼 맛있게 숙성되길…

시간이 오래 지나도 가치가 있기를…

깊이 있는 패션… 깊이 있는 철학.

빈티지처럼 쌓인 시간과 경험으로 빛나는 삶.

그 아름다운 삶의 옷을 입고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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