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천국을 볼 수 있는 기회와 확신.
우연히 sns를 하다가 발견한 한 할아버지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좋은 책을 읽으면 나쁜 생각은 할 수 없어요. 절대로.
또 다른 말은 우리가 얼마나 허무하게 생활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는 책입니다.라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밑으로 끄덕이며 전적으로 동의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차마 알지 못했던 그런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좋은 사유를 갖게 되고 점점 풍선처럼 커져서 절대로 다시는 나쁜 생각은 하지 못하게 만든다. 설사 나쁜 생각이 들더라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용기를 준다.
좋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에 비해 가지고 있는 이점이 전혀 없다.
-마크 트레인-
때로 나는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책을 읽는 것에 천국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버지니아 울프-
수많은 유명 작가들을 비롯한 많은 유명인들이 남긴 책에 관한 명언들이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유난히 좋아하던 소녀였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여자아이에게 책은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었다.
책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책을 읽으며 쌓여가는 감정들을 터트리고
더러워진 때 묻은 감정들을 울음으로 씻겨 보냈으며
자신과 닮아 있는 주인공들을 만나면 괜스레 반가웠고자 신이 생각만 하고 있던 표현이나 감정들이었지만 이렇다 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쉽게 정의 내리지 못했던 표현들이 작가(타인)의 언어로 적혀 있는 문장들 속에 감탄하거나 나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은 감정들이 비집고 올라와 마음을 툭 건드리는 가 하며. 내가 느낀 감정들이 적혀 있는 문장들 속에 남몰래 꺼이꺼이눈물을 흘리는가 하며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아. 나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 그래. 나도 이렇게 생각한 적 있어. 하는 안심과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작가와 나는 책을 통해 수많은 감정들을 교류하며 공통의 연대의식을 가지게 된다.
우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친구가 된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듯이 책을 읽는 것은 자신만의 천국을 갖는 일이며 그 길은 절대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어릴 적 마트 안 서점 코너는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었으며 안전지대였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의 마트 가서 장 보고 오자는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설레고 반가웠으며 어린 소녀가 가장 기다리고 고대하던 순간이었다.
바로 마트 안 서점 코너. 그녀의 주력 상품 인 책 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집어 들고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엄마 아빠 장 보는 1-2시간의 동안의 짧은 독서를 한다.
어린 소녀에게 그곳은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장소였고 마트 안에서 유일하게 소음이 차단당하는 곳. 타인의 이목을 느끼지 않는 곳. 제일 볼거리가 많은 곳. 마음껏 편하게 시식할 수 있는 곳. 덕분에 나는 많은 책들을 시식했다.
마트 안 가장 안전한 장소는 소녀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일탈을 하기 충분했고 그런 일탈을 남몰래 지켜주었다. 우린 그렇게 공범이 되었다.
어린 소녀는 책 속에 주인공이 되기도 했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세상이 아닌 책 속 세상에 살고 싶다는 욕망을 갖기도 했다.
책 속 인물들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며 마음이 널뛰기하듯 제멋대로 날뛰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과 다양한 ott채널이 없던 그 시절
유일한 재미는 책이었다.
단순히 재밌어서 책을 읽던 시절이었다.
때론 그때 그 시절이 그립고 부럽다.
책은 소모의 대상이었다.
앉은자리에서 엉덩이 무겁게 붙이고 앉아 무서운 속도로 책 한 권을 해치웠으며
엄마의 저녁 먹자는 부름에 아쉬움을 달래며 책을 덮어야 했던 소녀는 다량의 독서를 단숨에 소화시켰다.
학창 시절에는 다독왕으로 상도 받았다.
독서퀴즈 대회 2등 경력도 있으며
글쓰기 관련 상 또한 언제나 그녀 몫이었다.
그때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책은 <안네의 일기>, <빨간 머리 앤>, <소공녀>, <삐삐 롱 스타킹>,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작품들이 주력을 이루었다.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느끼며 읽던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 책들은 어린 소녀의 꿈이었고 희망이었다.
어린 시절의 책 사랑은 학창 시절까지 이어졌다.
그때 그 시절의 책들은 세계 문학전집과 미하엘 엔데의 작품들 그리스 로마 신화, 북유럽신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소설들이 그녀의 책상 단골손님들이었다.
그 후 잠깐 책이라는 옛 친구를 뒤로 하고 남몰래 여행이라는 새 친구를 사귀며 여행을 더 사랑했다.
티브이 속 세상 보다 책 속 세상에 더 빠져 있던 나였지만 어느새 책에 더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책 속에만 갇혀 몰랐던 여행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사실 그걸 일깨워준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책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와 수많은 여행 서적들이 내게 떠나라고. 너도 와서 몸소 경험하고 , 체험하라고 재촉하였다. 이제 이곳들이 너의 무대가 될 거라고.
머리로 만 알던 것들을 직접 와서 느껴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전에 느끼지 못했던 전율이 온몸에 흘렀다.
가슴이 뛰었다. 책을 처음 만났던 때의 그 기분. 그 설렘으로 내게 찾아왔다.
여행은 내게 다른 차원의 기쁨과 행복감을 선사했다.
마음에는 두 가지 감정이 앞 다투며 엎치락뒤치락하며 공존했다. 갓난아기가 처음 세상을 마주 한듯한 환희의 기쁨과 집시가 되어 세상 구석구석을 누비며
집 없는 자의 서글픔이 서려있으며 국제미아가 될 것 같다는 불안한 긴장감. 두 마음이 내게 있었다.
나는 다시 안전지대가 필요해졌다.
흔들리는 다리 위를 걷는 아찔한 긴장감 대신 평평한 대지 위를 뛰어다닐 자유와 용기. 편안함이 필요해졌다. 나만의 안전한 집이 필요했다.
빗속에서 뛰어놀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했고
슬픔 안에서 춤을 추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돌아갈 나만의 마을이 있다는 확실한 안정감이 내게도 필요했다. 내 세대의 문학들로 도망가는 사유를 붙잡아 주어야 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마음의 그늘을 걷어내고 햇빛을 띄우는 일이다.
나는 책을 통해 다시 용감해졌다.
불의에 맞설 용기, 나를 과감히 드러낼 용기.
타인을 미워해도 될 용기, 타인을 사랑할 용기,
남에게 미움받을 용기, 사랑받을 용기.
책은 늘 곁에 가까이 두고 오래오래 함께 있고 싶은 친구가 된다.
맑고 단단한 작은 세계가 거대한 몸집으로 부풀어 오르더니 나를 잡아끌어 올린다.
책으로 값싼 여행을 하며
고독과 밤의 사색, 글쓰기라는
값비싼 통행료를 지불하고
온전히 나의 마음을 내보여도 창피하지 않고 되레 편안한 존재.
책을 통해 환희하며 완전히 벌거벗은 채 춤을 춘다.
적발한 사유의 나체를.
스스로 거리낌 없이 내보이며
부끄러움 모르는 광대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용기 있게 자랑한다.
이제는 안다.
나의 비루한 사유도 허름한 상상도 책을 통해 반짝이는 보석이 된다는 것을.
사실 알고 보면 나 책 많이 사랑했는데….
아직도, 여전히 사랑하는데….
까맣게 놓치고 있었다.
매번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한다.
그래. 이거지.
까맣게 잊고 살던 감정이 책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
너무 오랜 시간 무뎌졌고 책 없는 상태에 익숙해져 버렸다.
다신 놓치고 싶지 않고 꾸준히, 오래 사랑할, 책.
한동안 학업과 적잖은 사회 적응이라는 핑계와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며 책을 멀리 하였다.
거짓 없이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책장 속에 세상 보다 지금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세계가 훨씬 재미있게 느껴져 읽던 책들은 책장 속 먼지와 함께 잠들었다. 다시 깨우기 전까지.
나는 책과 자연스레 멀어졌고 세상을 더 가까이 두고 자주 만났다.
그때 나의 재미와 니즈를 충족시키는 친구는 적어도 책은 아니었다.
책장 속 세계보다 재밌는 현실세계에 더 재미를 느껴
거의 눈이 뒤집히게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정신없이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다녔다.
내가 책을 다시 찾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아서다.
재미있었던 세상은 이제 지겨워졌고
더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으며 더 이상 나의 환심을 사지 못했다. 재밌었던 세상은 이제 지겨워졌고 수많은 화려한 이미지들에 환멸이 느껴져 머리가 아파질 지경이었다.
나는 책이 그리웠고 절실히 필요해졌다.
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많이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졌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나도 그런 세계와 그런 이야기를 가지고 싶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내가 아닌 진짜 나 다운 나를 찾고 싶었다.
자기 확신이 필요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어낸 해답은 오직 책이었다.
나는 부재 없는 책을 사랑하게 되었고
책을 통해 부재 없는 사랑을 배웠다.
나는 책을 통해 내면의 깊은 성장통을 겪으며 자라나는 마음을 기쁨으로 참으며 견뎌냈다.
이제는 책 없이는 외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이전 보다 책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책은 나의 든든한 문학적 액세서리가 되었고. 없으면 허전한,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 자신감이 생기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처럼 책을 통해 하나하나씩 나만의 내면의 땅을 정복해 나갔다.
나도 버지니아 울프처럼 힘들 때마다 돌아갈 자신만의 방을 만들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깨끗하고 정직한 세계를 만드는 일
이었다. 그것은 나만의 천국을 만드는 일.
그 천국 안에서 나는 아름답게 빛이 났다.
나의 새로운 취미는 노트와 휴대폰 속에 좋아하는 글귀를 적거나 캡처해서 마음에 저장하고 생각날 때마다 읽어보는 것.
나는 이것들을 책 대신 들고 다니며 마음에 위안과 안 삭을 얻는가 하며 책 대신 든든한 지원군으로 얻어낸 자신감을 온몸에 장착 한 채 거리를 배회하였다.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나의 몸에 일부가 되어 버린 책.
나는 책을 통해 나만의 쉬운 천국을 얻어 냈고
나는 온몸이 부서질 정도에 좋은 책, 좋은 사유를 획득하기 위해 부단히 애쓸 준비를 자기 주도적으로 해내었다.
나는 책 덕분에 매일 웃고, 울며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진짜 나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갖게 되었고
어느새 책 없이도 든든한 나의 글을 가지게 되었다.
책이 좋은 이유를 수백 가지 정도는 될 수 있지만 사실 많은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그냥 단지 책이라서 좋은 것이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충분하니까.
더 부단히 읽어내고, 부단히 써 내려갈 것이다.
내 힘이 다할 때까지. 멋진 외면도 중요하지만 내게 진짜 중요한 것은 멋진 내면이니까.
나는 더없이 행복으로 충만하다.
내가 나다 울 수 있어서, 나의 못난 모습도 사랑으로 커버할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할 넉넉한 마음을 얻어내서 나는 이제 어떤 부끄러움도 없다.
나는 나대로 방법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 불필요한 말들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나로 우뚝 서 있게 만들었으며 내가 집중하는 대상이 밖이 아닌 내 안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책 안에서는 어떤 불행도 감히 침범할 수 없으며
책 읽는 내 모습은 꽤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사랑스럽다는 말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사랑스럽다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과 비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책을 읽는 내 모습은 말이다.
나는 매일 아침 세수를 하듯
책으로 영혼을 씻겨냈으며
책 앞에서 어떤 거짓도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만큼은 깨끗하게 정직했으며
비로소 내가 한 권의 책이 되는 마법이 시작되었다.
책이 책을 잇는 관계.
책을 넘어선 관계.
나의 이유 있는 자신감의 원천.
내 삶의 원동력이 바로 책이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를 평안 속에 웃음 짓게 하며
기쁨 속에서 비명 지르게 한다.
온몸이 행복의 밧줄에 꽁꽁 휩싸이게 한다.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천국이 내 앞에 펼쳐졌다.
나는 이제 두 눈을 감고도 천국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내 안에 거대한 규모의 형태로 존재하기에
내면의 깊은 성장통을 겪아낸 나는 진짜 나로,
어른으로 한 발짝 성장했다.
더 치밀하게, 더 은밀하게 사유하고 더 치열하게 책과의 관계를 회복해야지.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쌓으며 더 좋은 것으로 걷어내는 시각을 키우기.
내가 나로 바로 설 수 있는 이유.
신비한 비밀.
자기 확신의 근원.
내 세대의 문화….
나만의 허름한 상상.
나만의 허름한 영혼 노트 그것들을 써 내려가던
순간들의 고립감과 꿈,
쓰라림, 이어지는 밤의 사색들과
원시적인 깨달음
앨런 긴즈버그 <리얼리티 샌드위치>
허름한 밤의 잠옷을 입고 정적과 고독이라는 공기를 마신다. 사색이라는 향수를 뿌린다.
차갑고도 외로운 밤의 냄새를 찾아 밤의 거리를 활보한다.
군함 없어도 책 한 권이면 돼.
우리를 멀리 대륙으로 데려다 주지
군마 없이도 한 페이지면 돼
시를 활보하지———
이런 횡단이라면 아무리 가난해도 갈 수 있지
통행료 압박도 없고—
인간의 영혼은 실은
전차인데 이다지도 검소하다니—
에밀리 디킨슨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
<밤, 책, 고독>
모두가 잠든 도심 속 홀로 불빛을 밝히는 방 하나.
그곳에서 우주의 탄생과 같은 진귀한 광경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