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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하는 연필 Sep 30. 2015

찾지 않는 길

우리의 길은 이따금씩 잊혀진다.

1.


공릉동을 걷다 이제는

끊어진 옛 철길을 마주했다.


예전엔 사람들이 올라 탄

기차의 무게를 견뎌냈을 그 철길은

이제, 한적한 동네의 침묵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길 중에도 오늘 내가 마주한 철길처럼 쓸모없어진 길이 있을 것 같았다.


2.


대학 때 스쿨버스 타러다니던

창동역 1번출구 길,


없는 돈 모아 술 한잔 먹으려고

헤매던 성균관대 앞 주점 길,


그리고 이제는 다 허물어진

내 유년시절 추억의 월곡동 산동네 길.


이제는 이 모든 길이

구태여 갈 이유가 없는

옛 길이 됐다.


3.


길을 생각하면

추억이 불어온다.


같이 걷던 사람이나

길 위에서 나눴던 대화나

그 사람의 표정까지.


이제는 누군가와 만날 때

굳이 찾아 가지는 않지만,

어쩐지 나의 옛 길들은

그 시절 모습 그대로

마음 속에 이어져 있다.


길에 먼지 쌓일 일 없이

자주 마음 속 그 길을 걷게 된다.


4.


지금도 존재하는 길이고

찾아가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이지만

나는 그 길이 그립다.


그 시절, 그 사람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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