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더이상 무슨말이 필요할까
1.
10분에서 15분 사이의 시간동안
간단히 즐길 수있는 문화콘텐츠인
스낵컬쳐.
점점 더 짧아지고 강렬해지는
스낵컬쳐의 진화는
태생이 디지털과 모바일 친화적인
지금의 10대와 20대가
주도적으로 진두지휘하고 있다.
2.
지하철을 타며
고개숙이고
스낵컬쳐에 빠져드는 사람들.
물론 나도 자주 그들 속에
섞여서 무아지경 손가락을
스마트폰에 휘적대지만
문득,
소름끼칠 때가 있다.
3.
이거 이거 이러다
내가
파블로프의 개처럼
짧고 강렬한 콘텐츠에만
침을 흘리며 반응하게
되진 않을까?
시집 한 권 사보지도 않고,
긴 호흡의 멋진 문장이
정갈히 인쇄된 에세이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게 돼버리진 않을까?
4.
요즘의 스낵컬쳐의 면면을 보면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보여지는 그대로
감정을 유발시켜
'키득' 거리게만 한다.
5.
어떤 교수님이
스낵컬쳐의 좋은 예로
ebs의 지식채널을 언급한 적이 있다.
물론 나 역시 찬성한다.
분량은 짧지만
보고 난 후
긴 여운을 남겨주는
아주 기특하고 고마운 콘텐츠다.
하지만 나에겐
정말 특별하고도 소중한,
남들에게 소개하지 않고 못 배길
짧은 콘텐츠가 있다.
아니,
시가 있다.
6.
가을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함민복-
7.
아.
더이상 무슨 찬사가 필요할까.
8.
스낵컬쳐들아.
만들거면
제발 이런 부분을
꼭 벤치마킹 하기를.
사람들에게
다양한 사유와 감성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자유를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