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길은 이따금씩 잊혀진다.
1.
공릉동을 걷다 이제는
끊어진 옛 철길을 마주했다.
예전엔 사람들이 올라 탄
기차의 무게를 견뎌냈을 그 철길은
이제, 한적한 동네의 침묵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길 중에도 오늘 내가 마주한 철길처럼 쓸모없어진 길이 있을 것 같았다.
2.
대학 때 스쿨버스 타러다니던
창동역 1번출구 길,
없는 돈 모아 술 한잔 먹으려고
헤매던 성균관대 앞 주점 길,
그리고 이제는 다 허물어진
내 유년시절 추억의 월곡동 산동네 길.
이제는 이 모든 길이
구태여 갈 이유가 없는
옛 길이 됐다.
3.
길을 생각하면
추억이 불어온다.
같이 걷던 사람이나
길 위에서 나눴던 대화나
그 사람의 표정까지.
이제는 누군가와 만날 때
굳이 찾아 가지는 않지만,
어쩐지 나의 옛 길들은
그 시절 모습 그대로
마음 속에 이어져 있다.
길에 먼지 쌓일 일 없이
자주 마음 속 그 길을 걷게 된다.
4.
지금도 존재하는 길이고
찾아가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이지만
나는 그 길이 그립다.
그 시절, 그 사람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