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여행, 대륙 횡단
일요일에는 성 자일스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종교개혁가 존 녹스의 혼이 서려있는, 중세에 만들어진 교회답게 마치 고풍스러운 예배당에서 천주교 미사를 드리는 기분이었다. 파이프 오르간에 맞춰 드려지던 성가대의 찬양이 생각난다. 밖의 날씨는 스산했지만 아늑한 조명의 예배당에 울려 퍼지는 고운 소리의 찬양은 잠시 구름 위 천국에 올라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시선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되지 않게 한 것이 인상 깊었다. 성가대의 찬양이 여러 번 있었는데 예배가 시작될 때 저 멀리 한쪽 구석에서 찬양하던 성가대가, 기도를 마치고 다음 찬양을 할 때가 되니 어느새 내 바로 앞에 와 있었다. 기도하려고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떠보니 갑자기 찬양대가 보여서 약간 놀랐었다. 찬양대는 나를 등지고 서 있었는데, 마치 나한테 자기들 얼굴은 볼 필요가 없고 자신들도 앞에 앉아 있는 내 얼굴은 안 보겠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성가대의 찬양이 끝나자 어딘가에서 설교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어디에서 말하고 있는 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예배를 드리는 내내 소리가 나는 곳을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어디에서 소리가 나는지 두리번거릴 필요 없이 하늘에 있는 신에게만 집중하라는 것 같아서 나중에는 예배당의 높다란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교회 밖에는 검은색 유령 옷을 걸치고 해골 가면을 쓴 사람이 긴 낫을 들고 공중에 떠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아무리 돈을 벌고 싶어도 그렇지 교회 벽 바로 옆에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면 교회 밖에는 이렇게 악령이 도사리고 있다는 퍼포먼스를 하려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장난스러운 상상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