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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다이드 Dec 03. 2023

129. 에든버러 앞바다로 가는 길

나의 첫 여행, 대륙 횡단

 성 자일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난 후에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에든버러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한 캐시미어 전문점에 들러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낼 목도리를 샀다. 스코틀랜드는 양털이 유명하다는데 같이 오지 못한 가족들에게 스코틀랜드의 일부라도 보내주고 싶었다. 내 거도 하나 살까 하다 가격도 비싸고, 내가 가지지 못한 걸 선물해야 덜 미안할 것 같았다. 나는 에든버러에 직접 와 본 거로 만족하고 그냥 집에 있는 걸 쓰기로 했다. IT 기술의 덕을 봤다. 매장에서 찍은 목도리 사진들을 메신저로 보내고 각자 원하는 걸 고르게 했는데, 이 사람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었다.


 시내를 무작정 걷다 전날 ‘아서 시트’에 올라 바라봤던 바닷가에 가보기로 했다. 바다까지 가야 방향을 돌리는 거니까 다음날 에든버러를 떠나기에 앞서 에든버러 앞바다까지 가보는 것이다. 철길을 가로질러 신시가지를 걷다 보니 주택가가 나왔는데 이곳은 정말 평범한 주택가였다. 구시가지의 집들에서 왠지 모를 예스러움이 느껴졌다면 이곳은 현재의 스코틀랜드였다. 집집마다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집안에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일요일 오후의 낮잠을 즐기는 건지 아니면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건지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없었다. 날씨도 스산하고 바람도 세게 불어서 밖에 나오고 싶지 않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주택가에 어딘가에서 울리는 새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에든버러 앞바다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바닷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잠시 서서 주변을 둘러보다 구시가지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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