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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다이드 Dec 13. 2023

131. 사고를 당하다

나의 첫 여행, 대륙 횡단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방문하기 위해 '윈더미어'라는 마을로 가야 했다. 에든버러 역에서 기차를 타고 '옥센홀름'역까지 간 후에, 기차를 갈아타고 '윈더미어'역에 도착했다. 윈더미어 역은 1층짜리 자그마한 역이었는데, 예스런 분위기의 건물과 플랫폼에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역 밖으로 나오자, 같은 건물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이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평화로운 호수변을 돌면 환상적일 것 같았다. 숙소에 갔다 다시 오면 괜히 시간만 허비할 것 같아 대여점에 짐을 맡기고 자전거부터 빌렸다. 날씨가 흐렸다. 부슬비가 내릴 것 같았는데, 좀 맞으면서 달려도 상관없었다.


 내 자전거 실력은 경사각 8 도 정도의 오르막길만 되어도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야 하는 수준이었다. 오르막길이야 내려서 걸어야 하지만, 내리막길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스피드, 마을을 벗어나자 나타난 내리막길 대로를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시원하게 달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앞의 아스팔트 도로가 내 안으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아스팔트 입자들이 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걸 쳐다보는데 어는 순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제일 바깥 차도를 달리고 있었는데 내 뒤에서 쫓아온 차들이 옆으로 비켜 지나가는 걸 보니 내가 뒷 차들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더 바깥으로 붙으려고 핸들을 꺾는 순간, 갑자기 핸들이 좌우로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S 자를 그리며 빠른 속도로 내려가던 자전거는 운전자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달리다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며 넘어졌으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걱정이 됐나 보다. 내 뒤를 쫓아오던 자동차가 멈춰 서더니, 한 아주머니가 창문을 내리고 나보고 괜찮냐고 물어봤다.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아팠다. 핸들이 꺾이면서 그 까끌까끌한 아스팔트 위를 다리가 쓸리면서 넘어진 것이다. 차를 보내고 인도 위로 올라가 피해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멀쩡했다. 아스팔트 위에 쓸린 내 다리는, 내 다리도 다행히 멀쩡했다. 긴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왼쪽 무릎에 엄지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면 무릎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범벅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여행을 접어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넘어진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고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다음 동네가 나타날 때까지 한참 동안 계속 그렇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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