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랜드 방문을 마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짜면서 중간에 잉글랜드의 목가적 풍경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영국 하면 푸른 풀밭 위의 양을 떠올리게 된 건 어린 시절 자주 입던 의류 브랜드의 매장에서 본 사진 때문이었다. 스코틀랜드와 비슷한 발음의 의류 브랜드였는데, 매장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푸른 풀밭 위의 양 떼 옆으로 그 당시 유행하던 떡볶이 모양 단추가 달린 코트가 진열돼 있었다. 그 사진이 왠지 모르게 기억에 남아 영국까지 갔는데 풀밭 위 양 떼는 꼭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 같다.
잉글랜드 중부 어느 한적한 시골에 가면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디를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는지 인터넷을 뒤지다가 호수와 평온한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을 찾아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유명한 영국 시인의 고향이기도 했는데, 이곳의 풀밭과 양 떼, 평온한 호수야 말로 내가 찾던 잉글랜드의 모습이었다.
에든버러를 출발하는 날 아침 날씨는 맑았다. 홀리루드 궁전을 지나며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 기품 있는 궁전을 천천히 돌아보며 걸었다. 고풍스러운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선 왕의 대로를 따라 캐리어 가방을 밀며 올라가다 한 사거리에 이르러 잠시 멈춰 섰다. 그대로 주욱 가면 성 자일스 교회가 나오고, 더 올라가면 에든버러 성이 나오지만, 내가 가야 할 오른쪽 길은 에든버러 역과 이어져 있었다. 성 자일스 교회를 보는 것 말고는 딱히 꼭 소화해야 할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여유롭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도시를 감상할 수 있어좋았다.이른 아침 에든버러의 공기를 깊게 들이켠 후에 다시 캐리어 가방을 밀며 에든버러 역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