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대학가를 걸으며

by 히다이드

파리에서의 둘째 날 아침, 첫날 못 즐긴 커피와 크루아상을 또 놓칠까 봐 서둘러서 외출 준비를 마쳤다. 문에 드리워진 줄을 힘차게 당기며 전날 제때에 열지 못해 쩔쩔맸던 파리에서의 아침을 열고 거리로 나섰다. 한산한 아침 거리를 걸으며 성스러운 미션을 수행할 장소를 찾아 두리번거렸는데, 횡단보도 건너편의 카페 앞에 놓인 테이블들이 눈에 들어왔다. 운치 있게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려면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손님이 너무 없는 곳은 맛이 없을 가능성이 컸다. 평일 아침인데도 이미 몇몇 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를 즐기는 것을 보니 커피 맛이 보통 이상은 되는 곳이었다. 테이블 중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직원이 건네는 메뉴판을 펼쳤는데, 커피와 크루아상도 좋지만 브런치를 즐기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커피와 함께 새우가 들어간 샐러드를 주문하자 신선한 빵도 함께 나왔는데, 샐러드가 속으로 들어가자 아침부터 이게 웬 호사냐며 몸 안이 들썩이는 게 느껴졌다.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은 후에 판테온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파리 대학가의 한가운데에 있는 판테온은 볼테르와 마리 퀴리 부부, 빅토르 위고와 에밀 졸라 같은 위인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들과 만나기 위해 대학들이 몰려 있는 거리를 걸으며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와는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의 건물들 앞에는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비록 안에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밖에서도 마당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개방된 구조였다. 캠퍼스 옆으로는 작은 강이 있어서 펀팅 보트를 타며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 파리의 중심부에 있는 대학들은 세련된 거리 한가운데의 성 같아서, 창으로 둘러싸인 대학 건물 안의 모습을 거리에서는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판테온 앞 광장에 이르자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학 시절 날씨가 좋은 날이면 캠퍼스 곳곳의 잔디밭에 둥글게 모여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여기도 다르진 않았다. 판테온은 고대 신전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물이었는데 안에는 높다란 천장의 큰 홀이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프랑스 근현대사의 장면을 그린 그림들과 조각상들을 둘러보며 이 나라가 이곳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들이 이루어낸 문화와 역사가 이들에게 얼마나 큰 자랑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판테온은 단순히 위인들의 무덤이 아니라 프랑스라는 국가의 혼이 서려있는 곳이었다. 아직까지 천장에 매달려 있는 푸코의 진자를 보며 정말 지구 자전에 따라 회전하는지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 포기하고 지하에 있는 무덤으로 내려갔다. 돌로 만들어진 관들의 안에는 세계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 누워있었다. 관 위에 정성스레 놓인 프랑스 국기를 보니 이 나라 사람들이 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느껴졌다.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 전부를 걸어 도전하고, 죽은 지 몇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업적을 이루어낸 그들이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오며 가며 이들의 혼이 서려있는 판테온을 보는 학생들에게 이들은 누구보다도 든든한 버팀목이자 선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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