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등반

by 히다이드

오르세 미술관을 나와 에펠탑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일하는 늦은 오후에 한적한 거리를 걷는 기분은 서울이나 이곳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대로를 따라 한참 동안 걷다 보니 잔디로 덮여있는 거대한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의 반대편 끝에 에펠탑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파란 하늘 아래 우뚝 솟아있는 탑은 아름다우면서도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 모습을 바라보며 걸어갔다. 손에 잡힐 듯이 보여서 가까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걸은 후에야 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탑의 바로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이 탑이 얼마나 큰 철골 구조물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땅과 가장 가까이 있는 전망대층만 해도 시내 중심부 고층 건물의 꼭대기와 맞먹는 높이였다. 전망대층까지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탈 수도 있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면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기로 했다. 철골 구조물의 사이로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가장 아래층 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의 절반 정도를 올라가자 내 예상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천천히 전망을 감상하며 올라가는 것을 생각했지만, 철제 계단 밑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렇게 여유롭지가 않았다. 시설물을 관리하는 직원이 된 기분이었는데 이렇게 아찔한 높이에서 작업하는 건 질색이었다. 철제 계단을 내디딜 때마다 큰 소리로 계단이 울렸는데 다리가 자꾸만 후들거렸다. 도로 내려갈 수는 없어서 밑은 안 보고 앞만 보려고 했지만, 눈앞의 철골 뒤로 보이는 하늘이 공중에 붕 떠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게 문제였다.


겨우 계단을 올라 도착한 전망대는 그래도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만들었다. 에펠탑의 사면을 둘러싼 전망대를 따라 걸으면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파리 시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쾨르 성당이나 몽파르나스 타워 정도만이 에펠탑과 마주서 있을 뿐이었다. 이 전망을 한층 더 올라가서 보기로 했다. 2층 전망대에 가려면 1층 전망대의 높이만큼 더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당연히 더 무섭고 떨려서 올라가는 중에 몇 번이나 멈춰서 숨을 가다듬어야 했다. 기진맥진하며 2층 전망대에 도착하니 도시는 더 진하게 노을에 물들어 있었고, 그 한가운데의 전망대 역시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는데 이건 어느 영화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장면이었다.


한참 동안 전망대에 머물며 파리의 석양을 감상하다 밑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에펠탑 꼭대기까지 가는 계단은 도저히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2층 전망대에서 충분히 파리 시내의 모습을 감상했기 때문에 더 올라가고 싶지도 않았다. 다시 계단을 걸어 1층까지 내려왔다. 광장에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에펠탑에 조명이 들어오는 모습을 감상하다 숙소 쪽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광장의 잔디밭에 몰려나와 서로 웃고 떠들며 저녁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천천히 걷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한국어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듣는 한국어라 귀에 확 들어왔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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