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스타일링을 마치고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시테 섬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파리 시내의 명소들 중 안 가본 곳들도 많았지만, 새로운 곳에 가기보다 이미 가봤던 장소들에서 일상적인 삶의 기억들을 더 남기고 싶었다. 노트르담 성당에는 가봤지만 시테 섬을 벗어나 그 근처 지역을 돌아본 적은 없었다.
미용실을 나올 때도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는데, 시테 섬에 도착해 근처를 돌아다니는 동안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배도 고픈데 마침 적당한 시간에 비가 오는 느낌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근처에 음식이 괜찮다는 곳이 있었다. 정말 맛있는 곳이라면 우리나라 돈으로 몇만 원 정도는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었다. 지도를 보며 찾아간 식당은 생각보다 작았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테이블 몇 개가 놓여있는 공간이 나타났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식사 시간대가 지나서인지 다른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비가 내리는 소리와 가게 앞을 지나는 이들이 가끔씩 들려주는 목소리를 들으며 기다리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와 곁들여 나온 감자튀김, 바게트빵을 먹다 보니 와인이라도 한잔 곁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술을 안 마셔서 물 한잔을 곁들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심심하긴 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다.
여유 있게 식사를 즐기고 식당 밖으로 나와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을 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머리에 딱히 떠오르는 곳도 없었다. 가게 앞에 서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바로 옆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갔다. 디저트를 잊고 있었다. 카페로 들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작고 달콤한 빵 하나를 주문한 후에 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좀 더 머물러 있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카페를 나와 루브르 박물관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루브르 박물관 근처를 산책하는 중에 비가 서서히 그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