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션 헤어

by 히다이드

파리에서 맞이하는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주말이었다. 꼭 해야 할 일은 없었다. 토요일이라고 특별한 일정을 잡는 대신 평범한 파리지앵들처럼 푹 쉬기로 했다. 뭘 하면서 쉬어야 하나 생각을 하는데, 여행 시작하고 한 달 반을 지나면서 지저분하게 자란 머리가 신경 쓰였다. 내 머리는 반곱슬이어서 머리를 깎고 2 주일 정도만 지나도 주변머리부터 붕 떠오르는 특성이 있는데,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머리를 깎은 후로 한 달 하고도 2 주가 넘다 보니 허름한 옷차림과 함께 어딜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하고 있었다.


일단 오전에는 오르셰 미술관에서 첫 방문 때 못 보고 지나쳤던 그림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점심 무렵이 되어 인터넷으로 찾은 몽파르나스 타워 근처 미용실로 향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이용하는 거리의 평범한 미용실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여자 디자이너들이 안내를 해줬는데 우리나라 미용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단지 한국말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차이였는데 어떤 스타일의 머리를 원하는지 알려줘야 했다. 미용실 안에 있던 잡지를 들척이며 책에 나오는 모델 중 한 명의 헤어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없었다. 오랜 세월을 통해 찾아낸 나만의 스타일은 명석함과 깔끔함을 추구하며, 유지보수가 편리해야 하고, 모발의 건강을 위해 어떤 화학 약품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는데 이걸 프랑스어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한 두 개 단어를 프랑스어로 검색해 휴대폰으로 보여주니 직원이 바로 이해하는 눈치였다. 역시 패션 선진국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다웠다.


머리를 깎는 과정은 한국과 동일했다. 다를 이유가 없었다. 작업이 끝나고 의자에 앉아 거울을 보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마음까지 상쾌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다시 머리가 덥수룩해질 때가 되면 난 한국으로 돌아간다. 늘 가던 미용실에서 거울을 바라보며 파리에서 머리를 깎던 날을 추억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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