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복판 개선문 위에서

by 히다이드

몽마르트르 언덕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한 카페에 들러 샌드위치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개선문을 향해서 걸었는데,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그렇게 맑던 하늘에 점점 먹구름이 드리워지더니 개선문이 가까워지자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뉴스나 영화에서 파리의 모습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던 장소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다. 개선문 근처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는데, 파리는 비가 쏟아지는 거리의 모습마저도 운치가 있었다.


카페 앞에 내놓은 테이블에 앉아 서늘한 공기를 쐬며 커피 한잔을 하는 동안 다행히 비가 그쳤다. 개선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건축물이었다. 개선문 아래 한가운데에는 누군가를 추모하는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는데, 나라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것 같았다. 비가 온 직후인데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개선문 위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서 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나도 몇몇 사람들과 함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개선문 전체가 벽돌로 속이 꽉 채워진 말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자 내부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전시물들이 있는 제법 큰 공간이었는데 창문만 없을 뿐이지 일반 건물과 똑같았다. 거기서부터 계단을 조금만 더 올라가자 마침내 파리 시내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에펠탑의 전망대에서도 물론 파리 시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긴 했었지만, 파리 시내 주요 대로들이 만나는 곳에 세워진 개선문에서 보는 게 좀 더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는 느낌이었다.


샹젤리제 거리와 콩코드 광장을 지나 그 끝에 희미하게 보이는 루브르 박물관을 보며 첫날 파리에 도착해 루브르 박물관부터 개선문까지 걸어오던 때를 떠올렸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광경을 음미하며 걷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실제로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 벌벌 떨며 올라가 석양을 감상하던 에펠탑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운 철제탑이 없었다면 낮은 높이의 건물들이 대부분인 파리의 풍경이 다소 심심했을지도 모른다. 에펠탑 옆으로 베르사유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찾아갔던 몽파르나스 타워의 모습도 보였다. 오전에 갔었던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쾨르 성당 위로는 짙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렇게 먼 것도 아닌데 샌드위치 하나 먹고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하늘이 왜 이렇게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 멀리 고층 건물들이 모여있는 신시가지의 모습도 보였다. 파리에 일주일 가까이 있으며 그쪽까지 가보진 못했다. 멀리서 고층건물들의 실루엣을 감상하며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는 파리지앵들의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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