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개신교 교회

by 히다이드

종교 개혁 500 주년을 기념해 일요일에는 현지의 개신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게 이번 여행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내가 알기로 프랑스는 전통적인 카톨릭 국가여서 파리에 개신교 교회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멀지 않은 곳에 하나가 있었다.


날씨가 좋았다. 햇빛을 잔뜩 머금은 하늘의 솜털구름 때문인지 일요일 아침 한산한 도로를 걷는 발걸음까지 가벼웠다. 센강 옆 산책로를 따라 달리는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교회를 향해 걸어갔다. 멀리 교회 앞에서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교회는 파리에 거주하는 영미권 사람들이 주로 출석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시판에 붙어있는 글들이 전부 영어로 적혀 있고, 교회 안에 비치된 책자들도 영어 서적들 뿐이었다. 우리나라 교회가 미국 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봤던 것과 유사한 형식의 예배를 드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짐작이 맞았다. 예배를 시작하기 전 악기 연주팀의 인도로 현대적인 스타일의 찬양을 몇 곡 부른 후에, 전통적인 방식의 예배 순서가 이어졌다. 세부적인 순서가 약간 다르긴 했지만 찬송가를 같이 부르고 설교 말씀을 듣는 것이 주된 줄기인 한국에서 많이 봤던 형식이었다.


다만 한 가지 이 교회만의 독특했던 점이 예배 시작 전 찬양 시간이 끝나갈 즈음에 있었다. 찬양 중에 뒤에서부터 몇 명의 사람들이 두줄로 열을 맞추어 악기 연주팀이 있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특별한 직분을 맡은 사람들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일상복을 입은 평범한 신도들이었다. 앞에는 이미 목사님으로 보이는 흰머리의 남자가 나와있었는데, 앞에 나간 사람들이 한 명씩 다가가자 남자는 들고 있던 그릇에서 뭔가를 집어 다가오는 사람에게 줬다. 맨 뒤에 앉아있다 보니 뭘 주는 건지, 받은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하는지는 안 보였다. 어떤 순서인지 알면 추측이라도 해 볼 텐데 사람들이 앞으로 나가는 시간대가 너무 빨랐다. 성찬식이라면 보통 예배의 중반부에 목사님이 말씀을 전한 후에 진행되고 빵이나 의식용 전병, 포도주 등을 예배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나눠줬을 것이다. 무언가에 대한 시상을 위해 앞으로 불러내는 거라면 예배가 끝난 후 광고 시간에 진행될 가능성이 컸다. 세례식이라면 앞에서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를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악기팀이 시끄럽게 연주하는 가운데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됐건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했을 것이다. 목사님은 안수를 하지도 않았고 뭔가를 한 명씩 주며 어깨를 다독거렸을 뿐이다. 앞에 나갔던 사람들도 특별한 뭔가를 하지는 않았고, 목사님이 한 명씩 다독이는 걸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끝나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어쩌면 교회 공동체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환영하고 축복하는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한 교육 과정을 마치고 정식으로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을 축복하고 앞으로의 교회 생활을 응원하는 자리라면 납득이 갔다. 전부 내 추측일 뿐 확실한 건 아니었다. 다만 찬양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교회 공동체의 지체들이 앞으로 나가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축복과 격려를 받는 모습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수십 년간 신앙생활을 하며 봤던 교회의 모습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 중의 하나였다.


예배를 마치고 홀에서 교회가 준비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한 중년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혼자 어색한 모습으로 이곳저곳을 서성이는 게 안쓰러워 보였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먼저 이런저런 말을 건네주셨는데, 여행 중이라는 말을 들으시고 같이 잠시 동안 얘기를 하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가라며 안내를 해주셨다. 직접 식당까지 데리고 가서 배식을 받는 것을 도와주시는 것도 모자라, 혼자 먹지 말라고 근처에서 딸과 함께 식사 중이던 한 남자를 소개해 주시기까지 했다. 남자는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흔쾌히 자기 맞은편에 내가 앉는 걸 허락해 줬다. 여자는 다른 볼 일이 있다며 같이 식사를 하지는 않았다. 남자와 그의 어린 딸, 나 이렇게 셋이서 한 테이블에 앉아 먹었다. 내가 끼면 안 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했는데, 그래도 남자가 간간이 말을 걸어줘서 간단한 대화를 하며 식사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는데 날 식당으로 안내해 줬던 여자와 다시 마주쳤다. 감사했다. 영어도 잘 못하는 낯선 동양인에게 먼저 다가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다가오고 식사하는 것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신 것이 그저 감사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드리고 교회를 나오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여행을 통해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경험해야겠지만, 이렇게 남들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경험을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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