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나와 샹젤리제 거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술래가 된 기분으로 이 화창한 오후에 파리지앵들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아 나서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너른 잔디밭에 드러누워 햇볕을 쬐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잔디 위에서 공놀이를 하고 인라인 스케이트와 전동휠을 타는 모습은 한국의 집 근처 공원의 일요일 모습과 똑같았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괜찮은 자리는 이미 다른 일행이 차지하고 있어 앉을 만한 자리를 찾으려면 한참을 돌아다녀야 했던 기억이 났다.
사람들을 따라 센강을 건널 때 다리 밑으로 유람선이 다가왔다. 강물의 출렁임이 느껴지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시원한 바람을 가로지르며 솜털 구름 아래 펼쳐진 무대 위로 파리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아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것이다. 센강 바로 옆 산책로의 노천카페엔 빈자리가 없었다. 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여유를 즐기려고 나온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샹젤리제 거리에 들어서자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차들은 아예 거리에 못 들어서게 막고 있었고, 멀리 개선문 근처에 큰 설치물들이 있는 것을 보니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았다. 인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경찰의 소지품 검사를 받고 개선문을 향해 걸어갔다. 거리 곳곳에 연주하는 음악가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도시들에서도 거리의 음악가들을 봤었지만, 이렇게 인파가 많은 곳에서 연주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누가 연주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음악을 감상했는데, 어떤 음악가는 인기가 많아서 밖에서는 볼 수가 없고 사람들 안을 파고들어 가야만 볼 수 있었다.
개선문 앞은 드론 대회 준비로 한창이었다. 그물망이 처진 거대한 철제 프레임 밑에 각종 장애물들이 설치돼 있었고, 경기장 옆으로는 게임 참가자들을 위한 무대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경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가족들과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경기장 주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개선문 앞에 머물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파리지앵들이 내뿜는 호흡을 느끼다 루브르 박물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몇 번이나 방문했던 곳이지만 그래도 한 번 더 가보고 싶었다. 한 시간 남짓 머물며 미처 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감상하고, 박물관을 나와 파리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길 장소를 찾아 골목으로 들어섰다.
파리에서는 최대한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맛있는 음식을 찾다 보니 결국 스테이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만찬에 어울리는 소박하지만 화려한 식사였다. 바게트 빵은 구수한 맛도 일품이었지만 개수가 넉넉해서 더 좋았고, 토마토와 아보카도, 당근, 상추등으로 만들어진 샐러드는 빨간색, 초록색, 주황색, 노란색의 화려한 색상이 인상적이었는데 맛도 훌륭했다. 주메뉴로 나온 스테이크는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식감이나 구워진 정도가 내가 딱 좋아하는 상태여서 만족스러웠고, 감자튀김 역시 바삭하게 잘 튀겨져 있었다. 식사를 마치자 달걀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젤리와 비슷한 식감의 달콤한 후식도 나왔는데 이것 역시 완벽했다. 레스토랑에서 마지막 만찬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거리 사이로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