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프스키 대로

by 히다이드

‘백조의 호수’를 보는 날 오전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뭘 할까 생각하다 네프스키 대로를 걸어보기로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첫날 숙소로 오면서 한 번 걸어봤지만 여유 있게 천천히 느껴보고 싶었다. 네프스키 대로를 중심으로 좌우에 있는 골목들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움직이며 최대한 구석구석 살펴봤다. 그러다 먹을 만한 식료품이 많은 큰 마트도 발견하고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진 정교회 성당도 구경했다. 백화점에도 들어가 봤는데 백화점 안의 분위기는 한국과 똑같았다. 거리 전체가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이고 활력이 넘쳤다. 사람들, 건물들, 도로 위를 달리는 트램과 수로 위의 배들을 구경하며 대로의 끝에 있는 모스크바 역까지 천천히 걸었다.


역 앞에서 첫 날 봤던 가게가 아침부터 틀어놓은 요란한 확성기 소리를 들으며 한참 동안 머물러 있었다. 이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고 무사히 여행을 마친다면 4 개월 후에 다시 이곳으로 와서 모스크바행 삽산 열차를 타야 했다. 돌아가는 기차표는 아직 예약이 안 돼 있었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는 정확한 날짜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사고나 예상하지 못했던 일 때문에 못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출발해 이곳까지 온 시간들과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생각하다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로 오는 길에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샤슬릭이라는 러시아식 꼬치구이를 먹었는데 한국 돈으로 몇만 원에 해당하는 비싼 음식이었다. 입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먹을 만했다. 양고기를 처음 먹어서 비린내가 약간 거슬렸지만 그래도 여행을 시작한 이래 내가 먹은 음식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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