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얹힌 빵

by 히다이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는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밝게 빛나는 햇살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여기저기에 늘어놨던 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놓고 가는 게 있을까 봐 몇 번씩 확인하며 챙겼다. 짐을 다 꾸리고 현관으로 캐리어 가방을 끌고 나오다 멈춰 서서 집안을 돌아봤다. 3 일간 보낸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 집 같이 정이 들었는데 떠나려니 아쉬웠다. 잠시 서 있다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왔다.


캐리어 가방을 들고 계단을 걸어 내려가야 했다. 기합과 함께 반 층을 내려간 후에 잠시 쉬고, 다시 기합을 넣으며 반 층을 내려갔다 쉬는 식으로 1층까지 내려왔는데 확실히 올라올 때보다는 쉬웠다. 집주인이 얘기한 대로 우편함에 열쇠를 넣고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이제 버스를 타고 발트 3국을 지나 폴란드까지 가야 했다. 버스로 24 시간 정도를 계속 달릴 예정이었는데 버스 출발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러시아를 떠나는 기념으로 근사한 아침식사를 하고 싶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는데 아파트 1 층에 있는 레스토랑의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조지아식 식사라고 쓰여 있는 마름모꼴 빵의 가운데에 계란이 올려져 있는 메뉴가 맛있어 보였다. 3일 동안 오가며 안에서 사람들이 먹는 걸 쳐다보기만 했는데 나도 한 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저녁마다 와인이나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던 곳인데 아침이라 손님도 없고 조용했다. 햇볕이 내리쬐는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커피와 샐러드, 갓 구운 토스트로 배를 채우니까 마음까지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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