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꼬이기 시작하니까 한도 끝도 없었다.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을 시켜서 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커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몸을 돌리는 사이에 메고 있던 배낭이 커피 잔을 밀어서 커피를 바닥에 전부 쏟아버린 것이다. 한 모금도 못 마시고 엎어버린 커피를 바라보며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떻게든 뒷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매장 직원이 새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괜찮다고, 새 거로 마시라고 하더니 걸레를 가지고 와서 내가 쏟은 커피까지 닦아줬다. 직원이라 당연히 그렇게 한 걸 수도 있지만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친절에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혼란스럽기만 하던 마음이 그제야 가라앉기 시작했다. 배낭에서 노트북 PC를 꺼냈다. 러시아어를 공부해서 갔지만 내 회화 실력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었다. 영어를 지원하는 버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
다행히 바르샤바로 가는 다른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원래 타려던 것은 버스 한 대로 24 시간 정도를 죽 달려서 가는 거였지만 새로 구한 표는 중간에 세 번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에스토니아 탈린, 라트비아의 리가,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에서 갈아타야 했는데, 탈린에서는 하룻밤을 보내고 그 다음날 아침에 리가행 버스를 타야 했다.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그거 말고는 없었다.
새로 구한 버스는 ‘럭스 익스프레스’사에서 운영하는 버스였다. 이름처럼 '에코라인'사의 버스보다 더 좋았지만 가격도 그만큼 비쌌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결제를 하려는데, 결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에 등록된 공인인증서가 만료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공인인증서를 다시 받고 그걸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에 등록하는데, 내 구형 노트북 PC 가 뭐만 하려고 하면 시간이 한참 걸려서 속을 터지게 만들었다. 겨우겨우 신용카드 결제를 마치고 나자 긴장이 풀리면서 배가 고파졌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햄버거와 샐러드를 사서 먹은 후에 맥도널드 매장을 나왔다. 그 새 날씨가 흐려져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