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그녀들

by 히다이드

반 고흐 미술관이 크지 않아서 천천히 돌아봤는데도 두 시간이 채 안 돼 다 돌아볼 수 있었다. 미술관 안의 기념품점에서 선물로 살만한 게 있는지 구경한 후에 바로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이제 뭘 할지를 생각해 봤다.


아직도 해가 하늘 한가운데에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의자에 기대고 앉아 창밖 거리를 내다보며 튤립, 운하 말고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게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하는데 풍차가 떠올랐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며 들판 저 멀리 있는 풍차를 본 적은 있지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아직 없었다. 휴대폰으로 어디를 가야 풍차를 제대로 볼 수 있는지 검색해 봤는데 암스테르담 근교에 잔세스칸스라는 마을이 있었다. 박물관에서 나와 암스테르담 중앙 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네덜란드 왕궁이 있는 광장을 가로지르는데, 파란 하늘 아래 오후의 한가한 햇볕을 쬐러 나온 사람들 중에서 커다란 빨간 토끼 귀 머리띠를 하고 있는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미인인 데다 화장도 진하고 옷차림이 범상치 않았는데 남자들만 찾아다니며 무슨 쪽지를 주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암스테르담 홍등가가 워낙 유명하고 합법적인 관광 상품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한국에서 봤던 유흥업소의 호객행위가 자꾸 생각났다. 이 도시의 자유분방함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분들에게는 무례하고 죄송한 추측이지만, 만약 내 느낌이 맞다면 아직 한낮인데 그렇게 드러내고 영업을 하는 게 대단할 뿐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 추측이기 때문에 틀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걸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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