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그 사람

by 히다이드

‘Koog aan de Zaan’ 역에서 내리자 한적한 주택가가 나타났다. 나와 마찬가지로 잔세스칸스에 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 주택가 안으로 들어가니 얼마 후에 큰 강이 나왔다. 탁 트인 공간에 나오자 태풍이 왔을 때처럼 ‘휘잉’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세게 불어왔는데 왜 이곳에 풍차가 많은지 알 것 같았다.


다리를 건너 잔세스칸스로 들어서자 내가 상상하던 바로 그 풍경이 펼쳐졌다. 늦은 오후의 황금빛 태양으로 물들어가는 들판과 강, 그리고 그 가운데 우뚝 솟은 풍차, 그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혼자 신나게 돌아다니며 사진과 영상을 찍었는데 너무 들떠 있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한 백인 남자가 카메라 받침대를 어깨에 걸치고 천천히 걸어오기에 그 앞으로 달려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I’m busy”라는 말과 함께 내 앞을 스윽 지나가 버린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사색을 방해했다면 미안한 일이지만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져서 유쾌하지는 않았다. 남자가 지나가 버리고 혼자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한 무리의 인도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 중 한 명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고 다행히 그분은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셨다.


잔세스칸스도 규모가 큰 편이 아니라 돌아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대충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혼났다. 역에 화장실이 없는 것이다. 꽤 급한데 열차 시간표를 보니 30 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게 느껴졌다. 화가 났다. 아무리 역이 작아도 화장실은 있어야 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기차를 타려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궁금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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