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법을 연구하다

by 히다이드

네덜란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못 가본 곳들을 돌아다녔다. 팬케이크가 맛있다는 가게에서 팬케이크도 먹고, 암스테르담 항구를 한 바퀴 돌며 정박해 있는 배들도 구경했다. 항구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오전에 흐리던 하늘이 맑게 개었는데, 날씨가 개니까 항구 분위기도 더 활기차 보였다. 페리 선착장에서 사람들이 배에 타고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파란 하늘 아래 물살을 가르는 배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유명한 암스테르담 홍등가에도 가봤다. 낮이라 그런지 일반적인 암스테르담의 주택가와 다를 바가 없었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고 있었는데, 간혹 굉장히 야한 옷을 입고 있는 여자분들이 건물 입구에 서 계신 게 보여서 이 지역이 홍등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다 보니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거렸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오후였다. 암스테르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데 오후에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이었다. 덕분에 암스테르담의 운하와 가로수들을 좀 더 즐길 수 있었다. 한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던 게 생각난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람이 사진을 한 장 찍더니 나보고 “Smile”이라고 하는 것이다. 급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사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지를 몰라 당황스러웠다.


정말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밝게 웃을 수 있는지를 몰랐다. 오죽했으면 대학 시절 한 친구가 나에게 웃는 법을 배우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에게 그 말을 들은 후부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웃는지를 유심히 살펴보게 됐는데, 아무리 그 사람들처럼 웃으려고 해도 어색한 미소 아니면 지나치게 높은 톤의 이상한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그래서 사진 찍는 게 언제나 곤욕이었다. 내 나름대로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면 항상 이상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나중에는 아예 포기하고 사진 찍는 걸 피하게 됐는데 지금은 여행 중이었고 앞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어야 했다. 내 인생에 두 번 다시없을 여행의 사진에조차 어색하게 웃는 모습을 담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에 찍은 두 장의 사진을 보니 역시나 한 장은 날카로운 눈매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고, 다른 한 장은 어색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는데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진을 보며 어떻게 얼굴 근육을 움직여야 밝게 웃을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여행지로 계속 움직일 거라 시간이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즉시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도록 근육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그 느낌을 빨리 몸에 익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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