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 주년이 되는 해여서 일요일마다 유럽 현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게 내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암스테르담 시내를 걷다 보면 시내 한 복판에 빨간색 시계가 있는 종탑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함부르크에서 봤던 독일 교회에서 지붕이 달린 강대상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 방문한 교회에는 목사님이 설교하는 강대상 말고도 곳곳에 지붕 달린 자리들이 설치돼 있었다. 목사님의 강대상처럼 계단을 따라 단상으로 올라가는 형태는 아니었지만 문까지 있어서 안에서 잠그면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나무의 상태를 보니 오래전부터 있던 것 같은데, 한 개도 아니고 곳곳에 그런 자리를 만들어 놓은 데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어 보였다. 교회 안에서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 앉는 자리 같았는데, 목사님의 강대상과 동일하게 지붕이 달려 있다면 그 이유 역시 같을 것 같았다.
네덜란드 교회의 예배도 한국에서 드리던 개신교 예배보다 더 격식 있는 느낌이었다. 이것저것 하는 것이 많았고 파이프 오르간 연주 때문에 뭘 해도 엄숙한 분위기가 났다. 당시에는 예배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한국보다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외국인이 한국 교회에서 똑같이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넓은 예배당을 긴 의자들이 가득 채우고 있고, 맨 앞 높다란 강대상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몇십 분 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설교를 하는데, 뭐라고 할 때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아멘”하는 모습이 적응하기 더 힘들 수도 있다.
설교 시간을 빼고는 예배를 드리는 내내 사람들이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주보를 보며 뭔가를 번갈아 읽는데 어디를 읽고 있는 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찬송가 악보가 그려져 있고 성경 본문이 쓰여 있는 것 같은데 전부 네덜란드어로 적혀 있어서 같은 주보를 보고 있지만 따라갈 수가 없었다. 네덜란드어의 알파벳이 영어와 달라서 읽는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다. 설교 시간 내내 목사님이 뭔가 열심히 얘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예배를 드리는 중에도 간간이 영상을 촬영했는데, 네덜란드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모습을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곧 사람들의 눈이기 때문에 부끄럽고 예의에 어긋나더라도 영상에 담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던 것인데, 부끄러운 아시아인 여행자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예배를 마치자 화려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는데, 나는 연주가 너무 멋있어서 곡이 다 끝날 때까지 자리에 계속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