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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Oct 05. 2020

당신의 경력이 곧 콘텐츠다

“너는 특별함이 없지 않아?”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들었던 지인들의 반응 중 하나였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 내 삶은 너무나 평탄했다. 학교 생활도, 회사 생활도 특별한 굴곡이 없었다. 타고난 범생이라서 규칙을 어긋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책을 낸다니 대체 저 인간이 무슨 글을 쓸 수 있었을지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의 반문은 너무나 당연했다. 


사실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과 하나의 제품으로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행위와 책이라는 상품은 비슷한 듯 다른 독자군을 대상으로 하고, 그 반응 역시 다르다. 이른바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나도 책을 내자고 했을 때 이게 책이 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장 먼저 가졌다.


왜? 

내 삶은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 왔으니까.

직장 생활을 남들보다 훨씬 더 길게 한 것도 아니고,

높은 자리에 오른 것도 아니고,

경력이 화려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 안에서 통용되는 말 중에 '엣지 edge 가 있냐 없냐'라는 것이 있다. Edge란 사전적으로 모서리나 말단을 뜻하지만 회사에서 쓰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워낙 비슷한 기술, 제품들이 많다 보니 유사한 것들과 비교되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특별한 기술적 차이에서 오는 우리 제품만의 특징이나 가치를 보통 엣지라고 부른다. 그래야 내 제품을 차별화 해서 마케팅이나 영업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내 이야기의 엣지는 어디에 있었을까?


출판하는 경험을 해보니 반드시 삶에, 업적에 특별함이 있어야만 글을 쓰고 책을 만들 수 있지는 않다. 책에 대한 몇 개 안 되는 리뷰 중에 책의 가치를 내 생각보다 더 높여준 평이 있다.


여러 자기 계발 도서들의 훈계질에 지친 요즘,
가만히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이 무척이나 반갑다.


그렇다. 뾰족함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기에 갈수록 더 강하고 날카로운 대안과 행동을 제시한다. 이런 접근 대신 반대급부로 일상과 평범의 가치가 반사 이익을 얻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보통 사람의 이야기, 남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잔잔하게 들려주는 것도 콘텐츠가 충분히 될 수 있다.


콘텐츠 생산을 한 번이라도 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튜버 N잡러 허대리는 이렇게 말한다. 일반인이 해결하고자 하는 어떤 니즈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다고 말이다. 대단한 전문가가 아니라도 우리는 서로 필요한 것을 나누고 가르쳐 줄 수 있다. 비슷한 직종과 경력에서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경험이, 아직 체험해 보지 못한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직업과 경력을 고민하고 선택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뜻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무언가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자. 


내 책을 보고 브런치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분의 감사한 말씀을 끝으로 이 이야기를 마친다. 

내가 다시 결심한 것은 최근에 읽기 시작한 책 때문이다. '나는 연구하는 회사원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은 나처럼 학위를 마치고 회사에서 십수 년간 근무하신 분이 회사 생활에서 느끼고 고민했던 부분들을 기록한 내용이다. 그 글을 읽고 공감하고 배우는 부분들이 많아 나에게 또다시 도전의식을 갖게 했다. (박군의 탐구생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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