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공공 도서관에 간다. 이름도 예쁜 ‘푸른 숲 도서관’. 나란 사람에겐 아침이면 거의 매일 루틴 하게 장 건강을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 찾아오기에, 도서관에서도 이 활동은 예외 없이 일어난다(변비라는 걸 겪어본 적이 거의 없다).
각 층마다 있는 남자 화장실에는 좌변기가 3대 설치되어 있다. 그중 하나는 유아겸용이라 일단 내 칸이 아닌 것 같아 패스하고, 나머지 두 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공공 도서관의 화장실이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난방이나 단열이 잘 될 리 없다. 오히려 냄새가 나지 말라고 창이 조금쯤 열려 있다. 예전에 단독주택에 살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화장실은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는 장소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요즘처럼 날이 추운 때 엉덩이를 까고 화장실 변기에 앉는 순간의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차가우면 차라리 참았다가 집에서 싸지, 나오려던 그것이 되려 쑥 들어갈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짧지만 강렬한 괴로움. 물론 그 차디찬 냉기가 내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그저 1-2분 참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닿아 있는 부분은 차가움에 익숙해지더라도 전체적인 서늘한 냉기는 주변을 감싸고돈다. 기분이 썩 좋을 리 없다. 비데가 있다면 다르다. 좌변기의 온도를 서너 단계로 조절하게 되어 있는 것이 요즘 기본 기능 중 하나이다. 좌변 온도가 따뜻하게 세팅되어 있으면 바깥 날씨가 제법 춥더라도, 냉기가 있다 해도 두려울 것이 없다. 오히려 빨리 엉덩이를 대고 싶다. 앉는 순간부터 기분이 즐겁다. 그뿐이랴, 일을 다 본 후엔 세심하게 물로 연약한 그곳을 씻어준다. 세상에 이렇게 기발하고 사람 마음 훈훈하게 해주는 발명품이 있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어른 전용(?) 두 칸 중 한 칸에만 비데가 설치되어 있다. 창문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쪽은 그저 헛헛한 기본 좌변기이고, 가운데만 그 고마운 비데가 있을 뿐이다. 물론 돈이 들고 관리하는데 번거롭겠지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랬는지 늘 궁금하다. 잔인한 경제적 논리일지, 아니면 비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리 결정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예 둘 다 안 두었으면 모를까, 부쩍 추워진 지금 시기에 도서관 화장실에 큰 일을 보러 갈 때면, 제발 가운데가 비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운데 문이 반쯤 열려 있는 걸 확인할 때면 매우 기쁘다. 그렇게 비데칸을 점유하여 이용 중에 옆 칸에 누군가 들어가는 기척이 나면, ‘아이고 좀 괴로우시겠다’ 싶은 측은지심마저 든다.
오늘의 화장실 타임, 다행스럽게도 비데칸이 비어 있었다. 후다닥 들어가 앉아 일을 보면서 새삼 비데에 대한 예찬론이 스멀스멀 올라오기에 고마운 마음을 이리 글로 남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