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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Apr 21. 2024

일터의 효능감을 가지려면.

사람들은 자기가 익숙한 것이 편하다. 어지간하면 원래 하던 대로 - 즉, 관성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기 쉽다. 예전부터 해오던 관행을 ‘왜’라는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 걸 보수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릇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과 이론, 연구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 같지만, 내가 만나 본 대다수는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만의 성공 방정식을 찾은 사람은 그걸 버리지 못한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찾은 성공의 방정식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새로운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대체로 something new! 를 바라면서도 ‘나 말고 다른 사람 또는 부서’를 기대한다. 난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마음이다. 단지 사람들의 보수적 판단 기준 때문이라고 여겨야 하려나. 새로운 무엇을 해내자는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내가 하던 걸 방해받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렇다. 또한 새롭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대부분 익숙하지 않아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회사가 예전과 다른 무엇을 하자는 제안을 던지면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탓에, 의도와 달리 결론이 흐지부지 되는 사례를 많이 겪어 보게 되면 구성원들은 대체로 부정적이 된다. 내가 아는 것, 직접 경험해 본 것이 쌓이면 학습 효과를 거쳐 자기 보호적 행동으로 굳어지기 십상이다. 이것을 강화하는 요소로 ‘효능감 부족’을 들 수 있다.


새로운 조직장이 선임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는 의욕적으로 과거의 관습이나 합리적이지 않은 일들을 개선이나 개혁, 타파하고자 도전한다. 자기 색깔을 입히고 싶어 하지, 원래 하던 대로 할 것이니 걱정 말라고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마음을 열고, 귀를 열고 일하려는 생각이다.


‘이번에는 달라지겠지?’ 하며 기대감 섞인 의견을 내던 구성원들이 좌절하게 되는 시점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첫째, 나의 말이 대체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모를 때이다. 보통은 새로운 상사를 대리하는 부하 직원이 이야기를 듣고 가서 함흥차사인 경우가 많다. 둘째, 무엇보다 '알겠다, 고맙다, 고쳐보겠다' 며 약속한 내용들이 아예 없던 것처럼 사라져 버리는 때다. 약속과 선언 같은 건 정확하게 정해진 일자까지 해낼 자신 없다면, 섣불리 하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낫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더 크고, 실망이 길어지면 무기력해지는 것이 조직의 분위기이다. 조직의 추진력은 작은 약속들이 차근차근 실행되는 것을 구성원에게 의도적으로 보여줄 때 더 강력해질 수 있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제안들이 많다. 합리적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데도 정무적으로 조율에 실패하기도 한다.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서, 또는 몇 되지도 않는 관계자들 사이의 기싸움이나 편협함 때문에 밀어붙이지 못하는 일이 의외로 자주 생긴다. 나는 사람들의 이기적 합리성이 싫다. 지나치게 합리성을 따지는 건 실은 따분하고 소모적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고, 대놓고 떠들지도 못한다. 그러니 좋은 의견 감사한데 정작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결과론적 실패가 생긴다. 그러다 보면 그놈이 그놈, 역시 그렇지 뭐 정도의 기분 나쁜 체험만이 남을 뿐이다. 바뀐다는 건 허언에 불과해진다.


그래서 달라지기로 한다고 천명했다면 작게라도 ‘변화의 효능감’을 자주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 번에 크게 빵 터뜨리려는 건 임팩트는 있을지 몰라도 그 한방을 위한 준비 과정이 길고 완성도 있게 나오기도 쉽지 않다. 거창한 혁신이나 문화의 개선은 실은 작은 만족에서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전한 한 마디 말이 소중하게 다뤄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걸 체감하면 사람들은 시선을 바꾸고 생각을 바꾼다. ‘이번에도 뻔한 말장난이겠지'라는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정말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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