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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 대하여

불편한 AI와 함께

by 브레드

며칠 전 친구에게 흥미로운 Chat GPT 프롬프트*를 받았습니다.

*프롬프트: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에 입력하는 질문이나 지시(네이버 나무위키)


요약하자면 최근 제가 내린 3~5개의 의사결정에 대해 감정적 트리거, 우선시하는 가치, 위험을 대하는 태도, 불확실성을 처리하는 방식을 제가 '불편할 정도'로 '구체적이게' 분석해 주는 것입니다. 아주 흥미롭죠?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AI는 '불편하게'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정확히 이해했고, 정말 불편하게 말해주더군요. 입술이 삐쭉 나와서 AI가 하는 말에 반박을 해버렸습니다. '이건 이래서 그랬고~ 저건 저래서 그랬고~' 마치 거짓말이 들통 나 열심히 해명을 늘어놓는 사람처럼, 제 결정 하나하나에 대해 변형하듯 설명했습니다.

화면 캡처 2025-05-16 093515.png

요거요거 말하는 것 좀 보세요. 사실 전, 상담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믿어왔습니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과 그 무수한 이해관계를 직접 경험해 본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직까지 AI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였을까요. AI의 말들이 저에겐 조금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며 여러 상담 선생님을 만나고, 직접 상담도 받아봤지만, 이렇게 우쭈쭈 하면서 방향을 짚어주는 상담사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질문하고, 위로받고, 대책을 찾고 정말 상담사에게 말하듯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감정적으로 불편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천천히 되짚어보면 대부분이 맞는 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불편함보다는, 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AI 상담에 열렬히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오류가 있고, 지나치게 수용적인 태도는 개선될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친한 친구나 상담사도 하기 힘들 정도로 저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보고, 제가 놓치거나 자기 방어로 회피하는 생각과 감정에 대해 도움이 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한 번쯤 경험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마무리로 AI가 저에게 건넨 제 상태에 대한 한 줄 정리를 공유하겠습니다. 다들 화이팅!


감정적으로 탈진한 '나'를 판단하려 하지 말고, 다시 조율해갈 '나'를 믿는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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