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진 장점 중 유일하게 자부심을 가진 것은 이해력이었습니다.
누구와 어떤 얘기를 해도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저와 다른 삶을 사는 게 흥미로웠고, 제가 모르던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재밌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많이 알고 싶어서 많은 질문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저보다 젊든 나이가 많든, 성별이 어떻든 간에 그들의 행동에 제가 먼저 진단을 내리고, 진단이 틀리더라도 제 의견을 고집하는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제가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전후사정을 생각하지 않는 SNS 악질의 댓글처럼 선입견 가득한 시선으로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려고 하는 제 모습에 꽤나 실망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탓을 했습니다. 이해하려 하기보다, 생각조차 하기 싫어서 물음표 대신 온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겠죠. 시간이 지난다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상황이 변하더라도 해아 할 것들은 항상 생기고, 그 안에서 무엇을(긍정 or부정) 찾는지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제 상황이더라도, 심지어 더 힘든 사람이더라도 긍정적인 것들을 보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슬픈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여유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떨어지는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올리려는 비겁한 방어기제와 저 보다 좋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자격지심이 혼합된 결과이지 않을까요? 판단하지 않는 태도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금이 가기 시작했고, 자기 연민에 결국 무너진 것입니다.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존감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타인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불안하고 위축된 마음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왜곡시키고, 결국 그 시선은 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시 물음표를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겠습니다.
제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많은 물음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물음표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