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라곰(Lagom)에 대하여
not too much, not too little
"a perfect balance in all aspects of life - work, study, socialising and even relaxation"
(모든 삶의 부분에서의 완벽한 밸런스 - 일, 공부, 사회 활동 그리고 심지어 휴식에서까지)
스웨덴 사람들의 삶의 철학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라곰(Lagom)의 정의.
나는 한국에서 유치원 교사였다.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책임감 있게 일했다고 자부하지만, 나는 그때 행복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아, 또 아침이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출근길 또 퇴근길에 매일 피로에 절어있었고, 언제나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짜증이 났으며,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느라 누구를 만나기도 귀찮았다. 어느 순간부터 매너리즘에 빠져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왜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모두 다 그렇게 사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기계처럼 8년을 일했다.
그러다 스웨덴에 왔다.
어디 세계적 리서치 자료를 보더라도 항상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의 북유럽 국가들은 행상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다. 스웨덴 이민을 결정하고 준비하면서 나는 너무 궁금했다.
'도대체 이 나라 사람들은 우리와 뭐가 다르길래 항상 행복할까?'
'나도 그곳에 가서 그 사람들과 같이 살면 행복해질까?'
이 궁금증은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선택한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교육열,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이제는 그것뿐 아니라 K-pop, K-food 등 K-culture로 소위 정말 '잘 나가는' 중인데, 우리는 그럼에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아동 우울증, 청소년과 노인 자살률은 늘 OECD 국가 중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요즘은 합계 출산율이 거의 국가 소멸 수준까지 내려가 국가적 재난 수준이다.
얼마 전 어느 미국 기자는 대한민국을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유튜브에 대한민국의 실태를 꼬집은 바 있다. 그걸 보며 부끄러웠지만 정말 공감했다.
내가 만난 스웨덴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한 건 물론 아니지만, 대개는 잘 웃고, 여유가 넘치며, 적어도 불행한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행복한 이유를 그들의 삶의 철학, '라곰'에서 찾는다. 완벽한 삶의 밸런스 추구, 나의 삶과 일과 공부의 밸런스, 또는 나 혼자만의 시간과 소셜 라이프의 밸런스, 그중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 져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스웨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개인의 삶보다는 내가 속한 사회와 그룹 중심적이고, 개인을 사회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전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은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한국 문화. 그것에 익숙한 우리가 보기엔 가끔 그들은 차갑고, 냉정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더 다가가려 하면 어딘가 모를 벽이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나도 이해가 되지 않고 '스웨덴 사람들은 정이 없다'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고 있으며, 가끔은 그것이 부럽고, 또 어떤 점에 있어서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도 생각한다.
이제,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에피소드들은 통해 스웨덴의 삶의 철학 라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이 하나의 단어가 어떻게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는지, 그래서 왜 라곰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내가 이해한 솔직한 느낌과 감정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경험들은 그 당시 우울하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던 나의 삶, 나의 가치관에도 확실히 많이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