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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Sep 15. 2021

나폴리 안의 또 다른 나폴리 - 스파카 나폴리

Spaccanapoli

나폴리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아마도 '세계 3대 미항' '나폴리 피자' '나폴리항' 등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나폴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좁은 골목길', 조금 과장하여 흡사 빈민촌을 연상시키는 '빽빽히 들어선 오래된 가옥들과 그 가옥들을 뒤덮은 빨래들', 그리고 '나폴리 피자'다.

 

나폴리 피자는 피자의 최고봉으로 스스로 인정할 만큼, 현지에서 접했던 그 피자맛을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이지만, 세계3대 미항으로 꼽힌다는 나폴리의 첫인상은 '아름다움'보다는 번잡함과 무질서한 도시의 이미지였다. 왜 그런지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니, 나폴리의 오래된 거주 지역을 가로지르는 긴 거리인 스파카 나폴리(Spaccanapoli)의 이미지가 무척 강하게 잠재의식에 각인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원전 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나폴리의 역사가 그 번잡함과 무질서의 현장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데, 하여 나폴리 구시가지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고, 오래된 유적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어디가 유적이고 어디가 집인지 헤깔릴 정도로 주거지역 한 가운데 유적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오히려 이러한 혼잡함이 유적을 관광한다기 보다는 고대인들의 삶의 현장을 직접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마치 민속촌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느낌이랄까. 현재를 여행하는 것이 아닌 흡사 로마시대로 돌아가서 그 시대의 도시를 여행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깔끔한 빨간 지붕의 유럽의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Piazza Bellini (벨리니 광장)에서 시작하여 Complesso Museale di Santa Chiara (Santa Chiara 박물관 컴플렉스)를 거쳐 Spaccanapoli (스파카 나폴리)Cappella Sansevero di Raimondo di Sangro (나폴리 지역의 프리메이슨으로 명성을 날린 Raimondo di Sangro의 Sansevero 채플, 지금은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음)를 지나 Duomo di Napoli (나폴리 두오모)에 이르는 나폴리 관광은 상당한 체력을 요했지만, 역사적인 현장을 한숨에 훝어내는 듯한 농도 짙은 유적 관광과 같은 느낌이었고, 하여 결론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나폴리의 유서 깊은 역사를 몸소 체험하고자 한다면, 이 여정을 꼭 추천하고 싶다.


비교적 깨끗하지 못한 거리에서 약간 첫인상을 구긴 나폴리였지만 유명한 나폴리 피자와 해산물 요리 등에 흠뻑 반한 이후 나선 관광이어서 그 첫인상을 180도 뒤집는 관광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고대 로마시대 이전부터 정착한 사람들의 주거지역이었던, 스파카 나폴리는 마치 로마시대 사람들이 그대로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유서 깊음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건물들과 현지인의 삶의 흔적이 아주 정감 넘치고 친근했다. 스파카 나폴리는 약 2km에 이르는 긴 골목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주변이 고대부터 대대손손 내려오는 주거지역이고, 지금은 그 거리에 각종 상점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다.



세월을 잊은듯한 건축물들, 그리고 주거지들이 얽혀 있다. 무엇이 유적이고 무엇이 거주지인지 헤깔릴 정도이다. 어느 이태리 도시 보다도 좁은 골목길에 빽빽히 들어선 집들이 인상적이다


각종 모형과 장식품들이 산만하게 들어선 가게들에 또 산만하게 관광객들을 무심히 반긴다.



서기 2 -3세기 경 나폴리 사람들이 알렉산드리아 상인들과 활발한 무역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아래 사진은 그 상인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세운 동상이라고 한다. 상당히 여러 문화가 혼재된 느낌인데, 검색해 보니, 동상의 주인공인 노인?은 나일신이라고 하는데, 스파카 나폴리의 입구 즈음에서 이 동상을 접했던 것 같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이 동상 하나만으로도 스파카 나폴리가 쌓고 견뎌온 세월이 얼마니 길고도 긴 지 알 수 있을 듯 하다.


스핑크스 머리(오른쪽)가 나중에 복원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던 2012년 당시만 하더라도 스핑크스 머리는 없었다. 



이렇게 오래된 건물들에 사람들이 버젓이 살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프랑스 남부 앙티브에도 오래된 집들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듯.


나폴리 안의 또 다른 나폴리라고 부르고 싶은 스파카 나폴리. 

나폴리 항 주변도 구경거리가 많긴 하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간직된 듯한, 시간을 잊은 스파카 나폴리도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하고 싶다. 물론 나폴리 현지 레스토랑에서 직접 맛보는 나폴리 피자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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