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ri 동굴 속 아리아
'통통통' 카프리행 페리가 출발을 알린다.
'통통통' 이라기 보다는 좀 더 묵직한 알림음이지만 달리 표현할 길이 묘연하다.
어떻게 보면 그리스와 함께 지중해의 중심에 위치한 이탈리아. 지중해 관점에서 보면 이탈리아는 지중해 중심에서 조금 왼쪽, 그리스는 조금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지중해의 중심에 가깝게 위치한 만큼, 이탈리아 항구는 많은 교역과 문화적 교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그 중에서도 나폴리항은 그 중심에 위치해 있다.
나폴리가 다양한 무역과 교류의 중심에 있다면, 천혜의 해변을 품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해변 관광의 핵심은 소렌토, 포시타노 그리고 아말피 해변이다.
거기에 소렌토에서 약 1시간 정도 페리을 타고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 카프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가장 고급 진 버전의 이탈리아 남부로, 하여 아말피 - 포시타노 - 소렌토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남부 해변 관광의 피날레이자, 그 절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백 개의 해안선 커브를 뽐내는 이태리 남부 해변. 소렌토에서 카프리로 이동하는 페리에서 제3자적 시점에서 소렌토 절벽을 관찰할 수 있는데, 특유의 깍아지른 절벽 위에 들어선 고급 리조트와 호텔이 한 눈에 들어와 장관을 선사한다.
어떤 유람선을 타도, deck 위에서 해안 바람을 맞으며 서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을터인데, 절경을 함께 선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가슴을 뻥 뚫어낼 듯 한 뷰가 환상적이다. 자연 경관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절벽 위에 살포시 올려져 있는 리조트와, 에머랄드 빛 바다, 그리고 deck 위에서 즐기는 해안 바람이 조화를 이루어 기분은 절정에 다다른다. 한 시간 정도 이런 기분에 취해 있으면 카프리에 다다르게 되는데, 페리가 다다르는 카프리항?은 작은 규모이긴 하나, 아름답기 그지 없다.
우리는 본격적인 카프리 관광에 나서기 전에, 날씨가 좋을 때 우선 '푸른 동굴'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다시 보트로로 환승하고, '푸른 동굴' 정벌에 나선다.
그냥 블루 아니고' 카프리 블루'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그 '푸른 동굴'에서 만나는 블루는 잊지 못할 강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이미 '푸른 동굴' 근처에 다다르면 괜히 기분탓인지 푸른빛이 강하게 맴도는 바다빛이 예사롭지 않은데, 여기서 동굴 진입을 위한 작은 배로 또 다시 환승이 필요하다. 몇 번째 환승인가.
동굴 안이 석회질로 주로 구성되어 있어, 동굴의 입구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이 그 석회질에 자연 반사되어 만들어내는 '카프리 블루'는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카프리 블루'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듯 하다. 빛이 들어오긴 하지만, 채광이 부족하여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고, 흔들리는 작은 배 위에서 찍은 사진이라, 초점이 온전히 맞지 않은 사진들 밖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흔들린 사진이 오히려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하튼, 사진으로는 그리고 '카프리 블루'라는 말로는 '그' 블루를 온전히 설명하기 힘들다.
푸른 동굴의 입구가 협소하기 때문에 작은 배만 출입이 가능한 터라, 작은 배에 몸을 실었는데, 이 때 부터는 '노젓는 뱃사공'이 선상에 우뚝 서서 배를 운전?해 주신다. 이 뱃사공은 푸른 동굴로 들어선 후 '올 솔레미오'도 서슴치 않고 불러 주신다. 뱃사공에게 팁을 좀 건네면, 좀 더 오랜 시간 동굴에 머물 수 있다. 딱히 '오 솔레미오'라는 노래에 큰 감흥이 없었는데, 푸른 동굴 안에서 듣는 '오 솔레미오'는 동굴 속 울림과 '카프리 블루'의 시각적 요소와 함께 종합 예술의 집대성을 이룬다. 정말 '카프리 블루'의 향연이라고 해야 할 정도인데, 짧은 시간이지만, 강한 여운이 남는 공연?이었다.
특히 푸른 동굴의 입구 자체가 협소하고, 그 주변이 파도의 편차가 심한 지역이어서,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이런 '카프리 블루'의 향연을 즐길 수 없기 때문에, 운도 제법 따라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소렌토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날씨가 허락한다면 별도의 비용이 들긴 하지만, 꼭 '푸른 동굴'에서의 '카프리 블루'의 향연을 경험할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다시 카프리항으로.
카프리 관광이 '푸른 동굴' 탐험으로만 구성된 것은 당연히 아니다.
카프리도 바다를 접한 해안만 지대가 낮을 뿐, 주요 관광지는 비교적 높은 지역에 위치하는 데, 하여 거기서 다시 카프리 해변을 바라보는 뷰를 즐기기 위한 여정도 카프리 관광의 핵심 여정이다.
트랙킹과 흡사한 긴 산책을 해야 하긴 하지만, 발 밑에 카프리 해안을 두고, 눈으로 즐기는 해안 절경이 일품이다.
지중해식 정원들도 산책길에 눈에 띄는데, 프랑스 남부의 에즈 마을을 문득 연상시킨다.
명품샵들과 부띠끄, 레스토랑 들은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있는 편이다.
나폴리에서 소렌토로, 소렌토에서 카프리로. 나름 긴 여정을 뚜벅뚜벅 함께 해 준, 두 발을 카프리 해변에 잠시 담군다. 수영복 걸치고, 제대로 온 몸을 담그고 싶지만, 다시 나폴리항으로 돌아가야 하는 터라 마음이 급하다.
어느덧 석양이 먼 발치에서 서서히 밀려 내려온다.
카프리항도 저녁빛이 맴돌고, 무언가 그리움이 마음에 내리듯, 마음 한켠이 괜히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