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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Mar 17. 2021

프랑스생활 이야기#3 생활로 체득한 프랑스 의료 보험

프랑스 의료 보험은 가계부 쓰듯이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병원에 가도 의료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기만 하다면, 의료보험공단 부담 금액은 상관없이 환자가 부담할 금액만 내고 환급 받는 금액은 없지만 (물론 의료 실비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일정액 이상을 지불한 경우 본인 부담금을 빼고 돌려받을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국가 의료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다고 해도 우선 환자가 (의사진료에 대한) 모든 비용을 의사에게 지불한 다음, 프랑스 국가 의료보험에서 (환자의 보험 가입 상태를 확인하고) 돌려 받는 구조이므로 환자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 훨씬 많은 것.


보통 감기에 걸려서 찾게 되는 일반의에게도 2009년 기준 23유로에서 32유로 정도까지 내는 금액에도 차이가 있었고, 그,중에 약70퍼센트 정도를 프랑스 국가 의료 보험에서 환급해 주었으며, 환자가 사적 의료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나머지 금액도 돌려 주었었다. 물론 1유로 정도는 기본적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부분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훨씬 작은 편이다. 사실 이것도 사적 의료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인데, 보통 프랑스에 일을 하게 되면, 본인이 속한 회사에서 사적 의료 보험도 회사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가입하여, 그 일부분을 회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프랑스 국가 의료 보험료 중에 회사가 부담해야 금액을 별도로 또 부담한다). 따라서 회사에서 일을 한다면, 직원도 국가 의료 보험료 외에 회사가 가입한 사적 의료 보험의 보험료도 부담하게 되는데, 이것은 회사가 가입한 사적 의료 보험 회사와 커버리지 (어느 정도 수준을 보장할 것인지)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게 되며, 내가 다니던 회사의 경우 가입한 상품이 좋은 편이어서, 병원을 갔을 경우 거의 모든 금액을 돌려 받았었고, 심지어 시력이 나빠서 안경을 사는 경우도 일년에 500유로 가까운 금액에 해당하는 안경 렌즈와 또 안경테 (즉 안경테 500유로, 안경 렌즈 500유로 각각)를 살 수 있어서 (물론 안과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데 그 처방전은 시력 검사증빙에 해당...) 꽤 괜찮은 편이었다. 심지어 샤넬 안경테도 가능했음. 따라서 거의 의료비 지출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프랑스 의료보험 시스템에 가입이 제대로 되어 있고, 사적 보험에도 가입이 되어 있을 경우에 그렇고, 가입이 되어 있더라도 의료보험증이 제대로 나오기 전에는 할일이 아주 많으며, 의료보험증이 있다손 쳐도, 제대로 환급이 되는지 꼭 확인해야 하므로 번거롭기는 아주 번거롭다. 환급도 수일 내에 되는 경우도 있고 더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일주일 새 병원과 약국을 여러차례 다녀왔다면 도대체 어느 진료에 대한 환급인지 따지기도 해야한다. 가끔 환급이 누락되거나 제대로 환급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아..글을 쓰고 있자니 겪었던 많은 에피소드가 파도처럼 밀려오면 가슴이 먹먹해 진다. 



자자..다시 용기를 내어


우리나라에서는 백신을 맞을 경우 환자가 부담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심지어 이런 부분도 모두 환급되므로 의료 보험료 외에는 의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나라보다는 의료 보험료는 쎈 편. 그러나 암이나 비용이 많이 드는 질병도 모두 커버가 되므로 사실 아파서 병원에 갈 경우 돈이 들지 않는 것이 프랑스 사람들의 일상이다. 대신 회사에 다니고 있고 회사가 사적 의료 보험을 직원 대상으로 가입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학생은 학생을 위한 보험이 따로 있었던 것 같은데 학생 신분으로 프랑스에 체류한 적은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프랑스 생활 이모저모를 파악하기 위해 초기에 가입했었던 프랑스 체류자 까페에서 학생들을 위한 의료보험 관련 내용이 제법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여 의료 보험 사이트에서 본인이 낸 돈과 돌려 받는 돈 등 환급 상태를 확인하고 본인의 권리 사항 (가족 구성원이 변경되는 경우, 예를 들어 아기가 생겨서 아기를 등록하고 하는 등)도 확인하는 것을 수시로 해야할 필요가 있다. 사적 의료 보험은 회사가 가입한 회사의 사이트를 별도로 이용해야 한다.



프랑스 의료 보험은 국가 주도형이면서 동시에 Community형이다


프랑스에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있고, 의료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되면, 프랑스 국가 의료 보험을 관리하는 l'Assurance Maladie에서 Carte Vitale이라는 칩이 박혀 있는 카드를 발급받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증과 같으며 신용카드처럼 생겼다), 이 카드를 받기 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하여 초기에는 Attestation이라는 편지라고 할까 증빙서라고나 할까 하는 종이가 의료보험증을 대신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각자 알아서 보험사의 실손보험에 가입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적어도 내가 다니던 직장에서는) Mutuelle('뮤츄엘'이라고 발음) 이라고 하여 상호부조형식의 사적보험?에 가입을 별도로 하는데, 국가의료보험에서 부담하지 않는 의료서비스 항목 (주로 안경, 치과치료(임플란트 포함) 외 우리나라로 따지면 비급여 항목들)에 대해서도 보장을 받도록 하여 국가의료보험+우리나라의 실손보험격의 Mutuelle이 패키지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국가의료보험에서 부담하는 항목은 국가의료보험에서, 나머지는 Mutuelle에서 환급받는 구조이다. Mutuelle에 가입되는 경우, 별도 증명서를 발급받게 되며,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으로 약을 구매하는 경우 보여달라고 하니 꼭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병원, 즉 의사를 방문하는 경우에는 먼저 환자가 모든 진료비를 내고 국가의료보험 및 Mutuelle에서 각각 부담하는 금액만큼 환급받지만, 약국에서는 Carte Vitale및 Mutuelle 증명서를 각각 확인하여 확인이 되면 알아서 자기네들이 환급을 받고 환자는 돈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비타민 등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 상품은 알아서 내야하지만. 


해서 프랑스 의료보험은 국가주도형이며, 국가에서 부담하지 않는 항목들도 각자 속한 회사, 혹은 같은 신분의 집단 (학생), 혹은 저소득층 등 Community 성격의 Mutuelle을 통해 보장받는 어쩌면 사회주의에 가까운 의료보험체계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프랑스에 정착하는 분들께는 인내하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프랑스 행정 처리에 익숙해 지려면 정말 느긋함이 필요하다. 나같이 성격 급한 사람은 '화병'(혹은 소화불량, 불안 등의 유사 증상)에 걸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대신 이런 의료보험체계에 속하기 (모랄까 의료보험에 가입한다기 보다 그 시스템에 들어간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위한 절차가 번거롭고 (2009년만 해도 모든 처리가 편지로 이루어져 편지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신주단지 모시듯 관리했던 걸로 기억한다. 잃어버릴까 카피도 떠 놓고 스캔으로 백업도 했었다)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하며, 이런 행정처리 때문에 프랑스 생활의 즐거움이 반감되는 경우가 즐비하다. 내가 다니던 회사의 HR 담당자도 일단 그 '시스템'에 들어가는 건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일단 들어가면 자동화가 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라고 했었다. 일단 Carte Vitale을 받고 나면, 의사방문시, 약국에서도 Carte Vitale를 내면되고 (인식기를 다 하나씩 구비들 하고 계시다) Mutuelle 증빙을 요구하면 증빙을 내면 되기 때문에, 일단 돈을 지금 내더라고 수일안에 내 은행계좌로 환급될 것이므로 그것을 믿고 돈이 헛되게 쓰이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접고 달라는 금액을 내면 된다. 물론 수일 내 들어오는지 확인은 해야한다. 가끔 Carte Vitale을 읽는 인식기 오류가 있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데 Carte Vitale을 발급 받기 전에는 환급받기 위해 의사를 방문할 때마다 환급을 위한 서류 (양식도 정해져 있다. 갈색인지 벽돌색깔빛이 도는 정해진 양식의 서류)에다 의사가 직접 금액을 적고 사인하시면 나도 내 개인정보를 일일이 적어, l'Assurance Maladie에 우편을 보내야 한다. 우편분실이 걱정되면 (종종 있는 일이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직접 갖다 내면 되지만 이 역시도 귀찮은 일이므로 프랑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아주 많은 노력과 시간과 심적인 안정감, 인내심이 필요하다.



프랑스 행정처리에는 거북이 같은 성실함이 요구된다.

어느 나라던,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게 되면 성실함이 요구되겠지만, 특히 프랑스는 그 중에 최고인 듯 싶다. 명품, 패션, 향수, 식도락, 톨레랑스 등 밝은 면? (이런 부분들이 밝은면인지는 각자의 판단일 듯,,그냥 프랑스 하면 회자되는 키워드들을 생각나는대로 나열하였다) 외에 성실하게 하루하루 대처해야 하는 행정처리들이 많이 도사리고 있고. 잊을만 하면 각종 행정기관에서 또 다양한 편지를 보내오신다. 열어보기 싫지만 용기를 내어 열어보면 또 '응?'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당황하지 않고 하나씩 숙제하듯이 처리하면 된다. 성실하게.....

언어 공부가 그러하듯이 ('영어가 안되면 시원스쿨'...이런 묘안은 언어 공부에 없는 듯 하다..기회가 되면 여기에 대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 성실하게 꾸준하게 하나씩 하나씩 대처하다보면 '어느새' 프랑스 행정처리의 달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달인이 될만큼 거주를 하게 된다면 말이다. 


휴~~~일단 의료보험 얘기를 쓰긴 썼는데 실제 겪은 일의 1/100도 아닌 것 같은 이 느낌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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