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도시를 찾아서
Reims.
다소 생소한 도시.
발음도 제법 어렵다.
랭스. 네이티브 프렌치들의 발음으로는 헹스에 더 가깝지만, 그들 앞에서 Reims에 다녀왔다고 하니 잘 못 알아듣더라. 쳇. 몇 번을 혀뿌리에 힘을 주어 그들만의 h발음에 가깝게 발음을 해도 겨우 '오 헹!스' 하면서 마지못해 알아듣는데 그들의 발음이 내 귀에 다시 반사되어 느껴지는 네이티브 프렌치 발음과 나의 발음이 다름을 또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 다시 겸허해졌었다.....
마음을 다독일 수 밖에.
서론이 길다.
샴페인을 몹시 애정하는 나로서는 샴페인의 본고장, 또는 수도?와도 같은 Reims에 다녀오는 일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Paris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
Reims는 성당으로도 몹시 유명한 도시다.
13세기 고딕 건축양식으로 유네스코 문화 유산에 등재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딱 보기에도 상당히 조화로운 균형미, 마치 거대한 돌을 깍아 만든듯한 섬세한 라인, 성당 내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빛의 예술이 자아내는 채광미, 그리고 무엇보다 성당 외부 전체를 쉴틈 없이 실로 뒤덮고 있는 2000여개가 넘는 조각상들로 잘 알려진, 하여 아주 화려한 성당에 속한다고 한다. 역대 프랑스 군주들의 대관식이 치러진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성당 내부에 샤갈이 직접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랭스의 미소'로 불리는 천사상이 장식된 입구도 볼거리들 중 하나다.
랭스의 미소로 알려진 천사상은 특이한 미소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처음엔 어색한 미소 같아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성당 내부에서 - 어느 성당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 양초 글라스에 그려진 것을 발견하고서 다시 찬찬히 보니 자애스럽기도 했다.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성당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며 숙연해 지기도 해서 그 양초 글라스에 불을 붙이고 잠시 기도를 마쳤다. 돈과 교환한 양초였지만 모든 일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 특별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수려한 아름다움 앞에서는 괜히 더 겸허해 지는 나를 어쩔 수 없었다. 문득 가족 생각도 나고 괜히 지나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잠시 성당 의자에 앉아 하염없는 생각의 늪에 잠겼다.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이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내 마음을 사로잡을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쏟고 마음도 쏟고 심지어 잘 하지 않던 양초 점등식도 마친 곳. 저절로 숙연해지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어 의자에 앉아 많은 생각을 했었다. 애초 랭스 방문 목적은 다소 퇴폐적?인 샴페인 투어였는데 까마득히 본래 목적을 망각하고 숙연함에 취했던 그날. 사진을 보니 그 때의 뭉클함이 다시 마음에 잔잔한 파도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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