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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bes Jul 29. 2022

지베르니의 추억, 수련 연작을 현장체험하다

Giverny 

Giverny.

지베르니.

그 지명이 입에 계속 맴돌듯이 남아 있을 정도로 발음이 참 정겹다.

프랑스에서 r 발음은 가래침을 약하게 뱉는 듯한, 목구멍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인 '흐'에 가깝기 때문에 더 입안에 머무는 듯한 느낌이다. 물을 한 모금 작게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의 지명.

 

지베르니에 가려면 우선 PARIS ST LAZARE(생 라자르)역에서 VERNON - GIVERNY(베르농-지베르니)역까지 가는 기차를 타면 되는데, sncf.com에서 직접 예약이 가능하고 50분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역에 내려서 바로 모네가 그린 수련 연작의 배경이 된 모네의 집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VERNON - GIVERNY에 내려서 모네의 집으로 가는 셔틀로 다시 갈아타야 한다. 편도5유로 왕복10유로를 내면 탈 수 있는데, 제법 거리가 되기 때문에 셔틀을 타는 것을 추천한다.  기차 시간에 맞추어 셔틀이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하는 듯 했는데, 모네의 집에서 VERNON - GIVERNY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셔틀이 매 시간마다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셔틀을 내릴 때 돌아갈 때 탈 셔틀의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셔틀을 내려서 약 15-20분 정도 다시 모네의 집까지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데, 모네의 집에 입성하기 위해서 미리 표를 인터넷으로 구매해 두면 표를 보여주고 바로 입장이 가능하지만, 당일 표를 구매하여 입장하는 입구와 다른 입구를 쓰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무심코 서있다가 다른 입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시간 낭비한 1인)


그래도 파리 근교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인데다, 기차와 셔틀로 비교적 수월하게? 왕복이 가능한 곳이라, 당일치기 여행을 추천하고 싶은데, 그 무엇보다 모네의 수련 연작의 배경이 눈 앞에 바로 펼쳐지기도 하고, 모네가 왜 수련 연작을 그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즉시 이해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명의 발음도 아름답지만, 지베르니라는 마을의 아름다움은 수 많은 종류의 꽃이 마을 전체에 흐드러져 있는 자연의 작품이라 할 정도인데, 그 중에서도 모네가 생애 후반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모네의 집은 마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집에 들어서면 바로 모네가 그 수많은 '인상'파 작품들을 남길 수 밖에 없었던 모네를 둘러싼 환경 자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자신이 스스로 정원가였던 모네가 애지중지 가꾸었던 모네의 정원과, 창경궁 후원처럼 따로 자리 잡은 연못과 작은 구름 다리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자연과 인간이 거처하는 집의 조화란 이런 것이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모네의 그림이 묘하게 눈앞에 겹쳐지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단점이라면 때를 잘못 선택하면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집 안의 좁은 길들의 어딘가에 쉽게 갇힐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움직임에 갇혀 이동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계속 느끼게 되는 데, 코로나 사태가 비교적 잠잠해 지고, 이제 좀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겠다 싶을 즈음인 22년 6월이 이 정도였으니, 여행이 피크에 이를 시점이면 더 할 듯 싶다. 내가 방문한 날에는 미국 할아버지 할머니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오신 탓에 제법 관광객이 많았다. 과거 코로나 전에는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관광객이 많은 날에는 좀 많이 답답했을 듯 싶다. 


그래도 그런 인파를 피해 모네의 그림에도 나오는 구름다리? 위에 서서 연못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면 세상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듯 했다. 무엇보다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해야할까.


  인산인해를 이룬 무리 중 미국 할아버지 할머니 효도 관광풍의 일행을 이끌던 인솔자가 그 일행에 설명하던 말 중에 올해는 꽃이 좀 덜핀거라고 했었는데, 덜 핀 정도가 이 정도라니, 꽃이 제대로 피는 해에는 어땠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사실 그렇지 않은 동물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지베르니 모네의 집은 모네가 그린 그림들이 확실히 모네가 함께 더부살이한 공간의 영향이었음을 생각하게 했다. 그런 공간을 스스로 일구고 가꾸고 했던 모네. 스스로 그 공간을 정돈하며 자연과 함께 동반 성장했던 것은 아닐지. 이런 아름다운 공간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싶지만, 넓은 정원과 연못을 정돈하는 수고도 만만치 않았으리라. 인파에 떠밀려 온전히 자유롭게 사색의 시간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이미 지나갔던 곳을 못내 아쉬어 또 한번 돌고 돌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었다.

문득 고개를 드니, 모네의 집 안도 구경할 수 있음을 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집 안은 또 어떤 풍경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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