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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Jul 28. 2022

모네는 왜 인상파인가

Musée de l'Orangerie에서의 전주

이른 파리의 아침.

테라스 딸린 방에 투숙하는 덕분에 마치 우리나라 아파트 내부 베란다 창을 열듯이 쓰~윽 창을 열어젖히면 나름 신선한 파리의 아침 공기를 흡입할 수 있었다.

시차때문인지, 간만의 파리 도착에 대한 설레임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덕분인지 일찍 잠을 깨어, Musée de l'Orangerie를 방문할 의식을 치른다.


뚜벅뚜벅 파리 지하철로 향하는 발걸음.

주변을 둘러보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찾아볼 길이 없고, 오히려 마스크를 단단히 동여맨 내 모습이 특이한지 가끔 쳐다보는 눈길이 어색하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대부분이 여행객?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만큼 2022년 6월의 파리는 이미 예전 일상의 대부분을 회복한 모습이었다고 해야할까.


Musée de l'Orangerie에 도착하니 이미 9시 오픈을 기다리는 소규모 인파?들이 눈에 띈다. 줄을 선듯 서지 않은 듯 작은 섬처럼 무리지은 사람들 틈에 조용히 자리 잡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딱히 꼭 오랑주리(사실 이렇게 많이 표기 되기는 하지만 정확한 발음은 조금 다르긴 하다. 구지 따지자면...) 박물관을 방문해야 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아니나, 생각해 보니 그동안의 파리 여행 (사실은 출장 중 소소한 작은 여행들이 더 많았다) 은 '그동안 못가봤던 파리 명소' 혹은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파리 명소' 등 큰 테마없이 하여 스토리도 없는 정처없는 분산된 여정의 연속이었었기 때문에, 사진은 번잡하게 많이 남았으나, 큰 임팩은 없는, 하여 감동도 없는 짜투리 기억의 습작들이었음을 깨닫고, 몬가 테마가 있고 여정에도 연속성이 있기를 작게 소망했었다.


하여 틈나는 대로 서치를 통해 테마 있는 파리 여행을 위한 작은 리서치를 수행했고, 그 결과는 인상파, 특히 모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과 그동안 참 소망했었던 Reims 샴페인 마을을 둘러보는 것으로 정해졌다. 정작 작은 리서치 결과물은 다소 심심하고, 파리를 한 두번 다녀온 사람들도 이미 훓고간, 하여 너무나도 식상한 여정일 수도 있겠으나,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마음으로 졸업식을 전후로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산책하듯 사부작 사부작 다닐 수 있는 루트로 안착이 되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은 타원형의 방에 길게 걸린 모네의 수련 연작들을 타원형 소파에 앉아 감상하는 형태이다. 물론 서서 감상해도 되지만 그 길이가 제법 길기 때문에 자세히 화가의 붓질 흔적을 관찰하는게 아니라면 소파가 놓인 곳에 앉아 차분히 감상하는 것이 그림을 한 눈에 넣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침, 해질 저녁, 계절에 따라 다르게 그린 수련 연작들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자면, 왜 그가 인상파 인지 감을 잡게 된다.  



바로 실로 '인상' 즉 'Impression'을 화가의 감정과 기술로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사물과 풍경의 그 형태와 색깔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기 보다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에 의해 변화하는 색과 그 '인상'을 순간적인 찰나와 그 찰나에서 우러나오는 작가의 감정을 그림이라는 도구로 표현하고자 하는 간절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상파 전문가도 아니고, 인상파를 깊게 연구한 것도 아니지만, 오랑주리 박물관에 전시된 모네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인상파를 왜 인상파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실제로 모네의 그림을 본 평론가가 '그의 그림에는 인상만 있다'고 비꼬았다고 전해지는 데, 오히려 나는 그런 '인상'이 잔잔한 감동으로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오랫만에 제대로 된 그림 감상을 한 것 같아 뿌듯한 아침이었다. 사실 모네의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해돋이'도 원작의 이름은 'Impression, soleil levant' 즉 '인상, 해돋이'인데 이미 그는 자신의 작품 이름에도 '인상'이라는 단어로 화가의 의도를 명백히 밝힌 바 있기 때문에, 비꼼의 미학을 펼쳤다는 그 평론가도 사실은 그 작품의 이름을 그냥 되뇌인 것 밖에 되지 않은 듯도 하다.

 




수련 연작이 전시된 공간도 좋았지만, 지하층의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도 하나 하나  인상이 깊었고, 교과서에서도 본듯한 아니 어디서 본듯한 낯익은 작품들을 하나씩 즐기는 묘한 재미가 있었다. 느와르, 피카소, 세잔, 모딜리아니, 마티스, 앙리 루소, 마리 로랑생  저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제법 많았는데, 특히 앙리 루소의 작품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자칫 지루해   있는 감상의 시간을 잠시 시원한 바람 한줄기로 머리를 청명하게 만들어 놓는 듯한 작품들이었다고나 해야 할까. 그러나, 박물관 혹은 전시장을 찬찬히 감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만사가 귀찮다고 해야할까 피곤이 급하게 몰려오는 때가 있는데, 어쩌면 이것은 여러 작품들을 급하게 몰아서 감상하기 때문에 뇌가 느끼는 피로감의 발작이라고 해야할  같다. 하여 하나의 박물관을 하루에 몰아서 모두 감상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순간 들면서, 이제 그만 밖으로 발길을 돌릴 때라고 자신과의 협상의 시간을 가지며, '  기회가 있겠지' '감상하는 사람의 기분과 상태 등에 따라 감상의 아웃풋이 달라지니까 다시 와야지' 라고 마음을 고쳐 먹고, 다음을 기약했다.


지베르니에 방문하고 나서야 모네의 수련 연작, 정원과 연못의 다리 풍경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오랑주리 박물관에서 느끼던 그 때의 차분하면서 잔잔한 감동의 여운은 아직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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