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티브 Antibes Aug 04. 2022

모네의 집에서 모네의 일본을 엿보다

일본풍 정원과 일본 목판화와의 조우

여행의 묘미는 어디서 오는걸까?

젊은 시절에는 숙제하듯이, 여행지에서 유명하다는 공간을 정해진 시간 안에 되도록 많이 다니는 것이 일종의 KPI (Key Performance Index)였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조금이나마 지혜가 생길 수록, 여러 공간을 돌아다닌 것이 아닌, 그 공간에서 얼마나 Quality있는 시간을 보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하여 그런 높은 품질의 시간이 기억에 더 깊이 뿌리내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여행지의 기억보다 오히려 같이 여행했던 사람들과의 즐거운 순간을 더 기억한다던가,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 그리고 그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더 생각난다던가, 미리 계획했던 숙제하는 길들이 아닌 우연히 들어선 길들에서 인상 깊었던 기억이 종종 뜬금없이 떠오른다던가 하는 고품질의 순간들이 그러했던 것 같다. 여행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런 고품질의 조우에 대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늘 함께하는 공간에서는 아무래도 그러한 고품질의 조우가 확률적으로 낮을 것이므로. 


정원에서 바라본 모네의 집, 초록색 덧문이 인상적이다. 장미덩굴이 온 벽을 덮을 기세다.



모네의 집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저택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이 제법 많고 많은 작품과 실내 장식이 즐비하기 때문에 제법 시간이 소요된다. 주방 공간은 덤이다.


모네의 집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인상파가 일본 미술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모네의 집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일본풍의 그림들, 도자기 등이 뜬금없기도 했지만 또 묘하게 어울리는 우연한 발견을 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모네는 일본 미술에 심취했었었고, 심지어 좀 전에 한 없이 돌았던 정원도 일본풍 정원에서 컨셉을 가져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유럽 (런던으로 알려져 있음)에서 구입한 일본 목판화에서 영감을 얻어 정원에 그 컨셉을 구현하기 시작한 것이 모네의 정원이 된 것이고, 심지어 연못에 간판처럼 들어서 있던 다리도 일본풍이라니. 그러고보니 수련 연작에만 집중해서 의아함이 순간 들었으나 궁금증을 꾹꾹 눌렀었는데, 뜬금없이 대나무가 잔뜩 들어서 있는 연못의 한 구석에서 느꼈던 생경했던 찰나가 떠올랐다. 순간 모든 수수께끼?가 연결되고 의아했던 순간들에 대한 해답지를 얻게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모네의 집 구석구석에 일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구석구석 일본의 흔적이 대놓고 나 여기있소 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묘하게 어울리는 건 왜 일까.


방도 제법 많지만, 하여 창은 더 제법 많다. 몇걸음을 걸을 때 마다 마주치게 되는 그 많은 창들을 통해  그가 정성스럽게 가꾸었다는 정원을 거꾸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안으로 쳐들어올 기세로 솟구친 장미덩굴을 코앞에서 문득 마주한다. 저멀리 새파란 하늘에 잔잔히 깔린 흰구름도 색감을 더한다. 한 눈에 그 많은 색감을 담아내는 게 버겁기도 하지만 맑은 공기와 함께 눈을 맑게 하는 느낌이다. 순간 건강해진 듯도 하다.  

모네의 집 창에서 바라본 정원의 다양한 모습들. 정말 각양각색이다.


그가 작품을 그리고,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사색을 하던 공간을 벗어나 다시 대나무가 있던 연못의 한 구석과 일본풍이라는 다리를 마주한다. 다시금 일본 미술과 정원에 심취했던 그의 기억속을 여행하는 느낌으로.



https://brunch.co.kr/@juanlespins/151

https://brunch.co.kr/@juanlespins/149


이전 08화 지베르니의 추억, 수련 연작을 현장체험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