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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Oct 09. 2022

Reims성당과 샴페인 (2)

샴페인 명가의 샴페인 투어

Reims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뜻하지 않은 마음의 호수를 산책한 후 서서히 시간의 흐름을 다시 인식한 순간, 미리 예약해 둔 샴페인 투어가 임박했음을 눈치챘다.


마음이 다시 소용돌이 친다.

Reims 방문 목적이기도 하고, 샴페인을 무척 즐기는 나로서는 샴페인 명가의 Cave를 샴페인 제조 과정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방문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만으로도 소용돌이 치는 흥분의 감정에 휩싸일만 했다.

잠시 차분해졌던 마음이 다시 콩닥이고, 늦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하여 흥분의 감정과 뒤섞인 채로, 빠른 걸음으로 성당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Mumm 샴페인 투어 장소로 황급히 이동했다. 성당에서 가장 가까운 샴페인 명가의 샴페인 투어를 찾다 보니 알게된 Mumm 사의 투어. 주요 삼페인 명가의 본사는 Reims의 남쪽에 많아서 성당이 위치한 곳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보니 우선 Mumm 사의 투어를 1순위로 낙점하게 됐다.


Reims 샴페인 투어는 1시간 정도의 투어에서 2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투어까지 종류는 다양하고, 샴페인 명가 마다 투어의 색깔도  다양해서 그날 일정을 감안해서 미리 예약하고 참여하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당일치기 여행이었고, 샴페인 투어의 마지막에 샴페인 테이스팅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투어를 2개 이상 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생각하여 고심 끝에 Mumm사와 Pommery사의 투어 2개를 낙점. 사실 다른 유명한 샴페인 명가의 투어도 많았지만, 투어 시간이 겹치거나 투어와 투어 사이 이동 시간, 점심 시간, 기차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두 투어를 선택하는 것이 일정상 가장 적합했던 탓이었다.


G.H.Mumm 사 건물(아래 사진들)과 샴페인 투어 장소

다행히 투어 시작전 5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고, 투어 시작은 작은 극장에 모여 Mumm사의 역사에 관한 영상물을 보는 시간이어서 급했던 마음을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었다.


Champagne 지방의 지도와 샴페인 제조를 위한 주요 포도 재배 지역, 그랑크뤼 와이너리 등의 위치 등에 대한 설명에 이어, Cave로 이동하여 샴페인 제조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1차 발효를 거친 원액을 샴페인 병에 효소와 당분을 함께 담아 2차 발효를 거치는 것이 샴페인의 독특한 제조 공정이라고 하는데, 하여 2차 발효 때는 병을 서서히 기울이면서 또 병을 일일이 사람이 돌려가며 효소가 병 입구로 이동하도록 하여 나중에 찌꺼기를 제거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시멘트와 타일로 만든 발효시설에서 1차 발효를 했었지만 요즘은 현대식 설비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예전 발효 시설들도 함께 투어 중에 둘러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상세한 설명과 생각보다 복잡한 샴페인 제조 공정이 인상적이었다. 2차 발효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직접 설명을 들으니 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병 속의 불순물 제거 과정을 설명하는 장소에는 Mumm 사의 샴페인 병의 특징인 Cordon Rouge (빨간 리본) 병을 수평으로 세워 천장에 매달아 놓아 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빨간 리본이 감싼 샴페인병을 또 새롭게 각인시키는 아주 효과적인 고도의 마케팅전략이라고나 해야할까. 프랑스 브랜드들은 이런 면에서 명품 마케팅에는 탁월한 솜씨를 가진 듯 하다.


내부는 어두운 편이었지만, 하여 더 집중할 수 있기도 했고, 다양한 빛을 활용한 설치 미술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만큼의 다양한 홍보 설치물들과, 샴페인 발효 과정들을 연상시키는 산더미같은 샴페인병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설치물들은 주로 와인병들과 빛을 활용한 것들이었다. 지하 Cave를 활용한 설치미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했다.


투어의 마지막에는 오래된 샴페인 제조 공정에 활용하던 기구들을 전시한 작은 박물관이었다. 어떤 상품이든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복잡하고도 지난한 과정일테지만, 샴페인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또 그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들이 있어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모든 일들에는 그러한 정성과 시간이 함께 하는 노력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Cave 투어를 마치고 투어를 시작한 장소로 돌아와 샴페인 테이스팅으로 투어를 마감한다. 은퇴 후 유럽 여행을 오신 노부부, 갓 결혼한 신혼 부부, 함께 여행중인 친구들...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사람들과 샴페인을 함께 맛보는 시간은 삼페인 버블만큼 그렇게 잔잔히 흘러갔다.




Mumm사에서의 투어가 샴페인 제조 공정과 그 역사에 관한 것이었다면, Pommery사의 투어는 실로 Cave내 설치미술의 극치라고 해야할 것 같다. Mumm사의 Cave에도 다양한 설치물들이 있었지만 보다 샴페인 공정과 그 컨셉에 충실한 다소 고전적인 모습이라면 Pommery사의 설치물은 마치 현대미술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이면서 좀 더 고급스러운 형태라고 해야할 것 같다. 모랄까 마치 VR기기를 머리에 쓰고 가상세계에 들어온듯한 착각을 일으킬만한 새로운 공간에서의 새로운 경험이라고나 할까.

예약을 할 때는 Cave 투어쯤으로 생각했는데 앱을 깔아서 설명을 듣거나 종이 팸플릿의 내용과 설치물의 번호를 확인하며 각자의 템포대로 설치물들을 둘러보는 Self tour였고, 이후 예약할 때 선택한 샴페인들을 맛보는 테이스팅 세션이 이어지는 형태였다.

 

Pommery사와 샴페인 투어 장소


특히 Cave로 내려가는 계단과 그 계단에  설치된 조명과 조형물이 환상적인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Cave 내부의 다양한 설치물들은 흡사 현대미술의 거장의 전시회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형태와 인상적인 컨셉이 공존하는 신비의 공간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샴페인의 다양한 향을 연상시키는 작품, 샴페인 버블을 형상화한 작품 등 현대설치미술 전시장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설치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후 2가지 종류의 샴페인을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2개의 샴페인 투어를 같은 날 하는게 비슷한 컨셉의 투어를 중복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아닌 걱정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전혀 다른 성격의 투어였고 또 다른 브랜드의 샴페인을 맛보는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다른 샴페인 명가의 투어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루에 2개 이상의 투어는 다소 무리라고 한다면 3 -4일을 머물며 Champagne 지방의 다른 도시들도 함께 둘러보며 샴페인 공부를 제대로 하면서 샴페인의 흠뻑 취해 보는 것도 괜찮은 여행일 듯 싶다.


언제 그런 투어를 기획해 보리라 생각하며 다시 파리행 TGV에 몸을 싣는다. 입안 가득히 아직 남아 있는 샴페인향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도록 파리에 도착하면 샴페인 한 병으로 하루를 조용히 마감하리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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