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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Oct 07. 2022

Reims 성당과 샴페인 (1)

샴페인 도시를 찾아서

Reims.

다소 생소한 도시.

발음도 제법 어렵다.

랭스. 네이티브 프렌치들의 발음으로는 헹스에 더 가깝지만, 그들 앞에서 Reims에 다녀왔다고 하니 잘 못 알아듣더라. 쳇. 몇 번을 혀뿌리에 힘을 주어 그들만의 h발음에 가깝게 발음을 해도 겨우 '오 헹!스' 하면서 마지못해 알아듣는데 그들의 발음이 내 귀에 다시 반사되어 느껴지는 네이티브 프렌치 발음과 나의 발음이 다름을 또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 다시 겸허해졌었다.....

마음을 다독일 수 밖에.


서론이 길다.

샴페인을 몹시 애정하는 나로서는 샴페인의 본고장, 또는 수도?와도 같은 Reims에 다녀오는 일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Paris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


파리 동역 (Gare de l'Est) 에서 Reims가 있는 Champagne-Ardenne 역으로 가는 TGV를 탈 수 있다.
Champagne-Ardenne 역. 여기서 Reims 시내로 가는 트램을 타면 된다


Reims는 성당으로도 몹시 유명한 도시다.

13세기 고딕 건축양식으로 유네스코 문화 유산에 등재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딱 보기에도 상당히 조화로운 균형미, 마치 거대한 돌을 깍아 만든듯한 섬세한 라인, 성당 내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빛의 예술이 자아내는 채광미, 그리고 무엇보다 성당 외부 전체를 쉴틈 없이 실로 뒤덮고 있는 2000여개가 넘는 조각상들로 잘 알려진, 하여 아주 화려한 성당에 속한다고 한다. 역대 프랑스 군주들의 대관식이 치러진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성당 내부에 샤갈이 직접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랭스의 미소'로 불리는 천사상이 장식된 입구도 볼거리들 중 하나다. 


딱 보기에도 정교한 라인과 조화로운 비율에 눈이 확 뜨인다.
성당 외부를 둘러보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2000여개가 넘는 조각상들의 규모도 상당하지만 그 정교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랭스의 미소로 알려진 천사상은 특이한 미소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처음엔 어색한 미소 같아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성당 내부에서 - 어느 성당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 양초 글라스에 그려진 것을 발견하고서 다시 찬찬히 보니 자애스럽기도 했다.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성당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며 숙연해 지기도 해서 그 양초 글라스에 불을 붙이고 잠시 기도를 마쳤다. 돈과 교환한 양초였지만 모든 일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 특별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수려한 아름다움 앞에서는 괜히 더 겸허해 지는 나를 어쩔 수 없었다. 문득 가족 생각도 나고 괜히 지나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잠시 성당 의자에 앉아 하염없는 생각의 늪에 잠겼다.


성당 내부의 화려함에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 스테인드글라스와 빛이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분위기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내부의 수려함에도 절로 숙연해 진다.


샤갈의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 샤갈에 조예가 깊지 않지만 교과서나 여러 박물관에서 보았던 샤갈 작품의 이미지가 스테인드 글라스에도 그대로 묻어나온다.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이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내 마음을 사로잡을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쏟고 마음도 쏟고 심지어 잘 하지 않던 양초 점등식도 마친 곳. 저절로 숙연해지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어 의자에 앉아 많은 생각을 했었다. 애초 랭스 방문 목적은 다소 퇴폐적?인 샴페인 투어였는데 까마득히 본래 목적을 망각하고 숙연함에 취했던 그날. 사진을 보니 그 때의 뭉클함이 다시 마음에 잔잔한 파도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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